최근 주식시장에서 파생상품 관련 악재가 잇따라 터지면서 금융투자업계가 투자 심리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주식거래 대금 급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파생상품 시장 침체마저 겹치면 실적 개선은 물 건너간다. 코너에 몰린 금융투자업계는 금융 당국에 규제완화 등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흥국증권은 다음달부터 선물, 옵션, 주가연계증권(ELS) 등 장내파생상품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국내 증권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오랜 기간 투자자를 끌어들이지 못해 수익성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흥국증권의 업무 일부 폐지는 8월28일 이사회에서 결정됐다. 최종 폐지 예정일은 이달 30일이다.
대형 증권사들도 파생상품 영업팀 인원을 대폭 줄이는 등 구조조정에 돌입하는 것은 시장 성장세가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파생상품 중 규모가 가장 큰 ELS의 8월 발행액은 2조4,315억원으로 지난 3월 대비 49%나 급감했다. 2011년 11월 이후로는 최저치다.
파생결합증권(DLS)은 월 평균 1조원대의 발행액을 유지하고 있지만 올해 초의 3조원 규모에 비하면 3분의1 수준이다. 2010년 월 평균 거래대금이 3조원까지 육박하던 주식워런트증권(ELW)도 올 들어 평균 1,000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반투자자의 투자 심리에 찬물을 끼얹은 사건이 11일 발생한 것도 뼈아프다. 이날 KB금융이 외국계 증권사의 대량 매도로 하한가를 기록하면서 KB금융을 기초자산으로 한 ELS가 녹인(Knock-inㆍ원금손실구간)에 진입해 일반투자자들이 피해를 봤다. 이들은 ELS 상품을 공모한 증권사에 항의해 피해 보상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파생상품 시장이 다시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 등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시장이 경직된 상황에서 더 많은 규제는 시장의 고사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사건을 파생시장을 더 옥죄는 계기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금융 당국이 파생시장이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통로를 꾸준히 마련해줘야 한다"며 "최근 논의되는 파생상품 거래세 도입에 대해서도 신중한 자세를 견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업계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투자업계가 어렵다고 해서 투자 손실 위험이 있는 파생상품 시장에 대한 일반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여주기가 쉽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제를 금융투자업계가 어려워졌다고 해서 풀어주는 것은 어렵다"면서도 "다만 현재 파생상품을 포함해 금융투자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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