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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성 자본규제 영국 선봉에 섰다

영국이 세계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는 헤지펀드 등 투기성 단기자본 규제의 선봉에 나섰다. 영국은 우선 중남미 카리브해에 있는 영국령 역외금융시장에 대한 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다. 역외금융시장이란 규제와 조세를 대폭 완화, 기업들과 금융기관 및 부유층의 자금을 끌어모으는 조세피난지역으로서 단기 투기자본이 대거 모여 있다.영국은 지난 주말 선진7개국(G7)이 단기 투기자본(핫머니)에 대한 감독을 강화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한 후 핫머니들의 본산인 카리브해 역외금융시장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영국은 G7 긴급 공동성명을 주도한데다 의장국이라는 점에서 핫머니를 규제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영국 정부는 향후 카리브해 역외금융시장에서 일어나는 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의 각종 금융거래에 대한 보고를 의무화할 방침이다.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는 이미 2일 의회에서 『G7은 역외금융시장의 금융거래정보를 공개하도록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는 카리브해의 영국령인 케이맨 제도·버뮤다 제도·바하마 등에 핫머니의 대표주자격인 헤지펀드가 대거 포진해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지적을 의식, 강력한 규제강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최근 수천억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 미국 금융시장을 불안케 하고 있는 미국계 헤지펀드 롱 텀 캐피털 매니지먼트(LTCM) 역시 케이맨 제군도에 적(籍)을 두고 있다. 국제금융 관계자들은 이번에 영국 정부가 핫머니를 규제한 데 대해 다른 선진국들도 점차 동조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영국의 핫머니 규제가 생각보다 실효를 거두기 힘들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영국의 주요 은행들과 대기업들이 카리브해의 역외금융시장에 등록을 해놓고 있어 규제를 강화할 경우 반발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블레어 총리의 정치적 입장 역시 역외금융시장 규제를 계속 강화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블레어 총리가 다음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재계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규제강화를 계속 끌고 나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최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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