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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늙어간다] 곳간에 돈 쌓아두고 투자 안하는 기업들

10대그룹 계열 상장사, 현금 유보율 1,441%

최고 4만% 넘는 곳도

성장동력 저해 요인으로


기업들이 경기침체와 저성장이 장기화하자 투자보다는 현금을 쌓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신규투자를 꺼리면서 10대 그룹 계열 상장사들이 곳간에 보관 중인 돈은 자본금의 14배를 훌쩍 넘었다. 기업의 재무구조는 좋아졌을지 몰라도 돈이 돌지 않으면서 경제성장도 침체의 악순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의 10대 그룹 소속 12월 결산법인 69개사의 2012년도 현금 유보율은 1,441.7%로 집계됐다. 현금 유보율은 잉여자금을 자본금으로 나눈 비율로 거둬들인 수익을 얼마나 쌓아두고 있는지를 나타낸다.

국내 기업들은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으면서 유보율을 높였다.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금융위기가 촉발된 지난 2008년 말(928.9%)과 비교하면 2012년 말에 무려 517.8%나 증가한 것으로 기업들이 자본금의 14배나 현금으로 쌓아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룹별로는 롯데의 유보율이 1만4,208%로 가장 높았고 이어 SK(5,925%), 포스코(2,410%), 삼성(2,276%), 현대중공업(2,178%), 현대차(2,084%) 등이 뒤를 따랐다. 유보율이 가장 낮은 그룹은 한화(568%)와 한진(589%)이었다.

전체 상장사 656곳의 유보율도 892.6%로 900%에 육박했다. 유보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로 무려 4만5,370%였고 태광산업과 SK텔레콤도 3만%를 넘었다. 삼성전자의 유보율도 1만2,224%에 달했다.



기업들의 유보율이 높은 것은 현금을 확보해 위기에 대응했다고 볼 수 있다. 유보율이 높으면 현금흐름에 여유가 있어 재무여력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그만큼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고 튼튼해졌지만 부정적인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투자는 하지 않고 돈을 쌓아두고 있다 보니 성장동력이 저해되는 것이다. 10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경제전망이 불확실해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공격적인 투자를 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투자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세제혜택 등의 지원을 늘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성장동력을 찾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업 스스로도 장기적인 생존전략을 마련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위해서라도 과감한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정책이 일관성을 띠고 기업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준다면 기업들은 스스로 투자 기회를 만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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