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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이창호, 왜 요다에게 약할까

요다는 이창호의 천적인가. 이창호는 지난달 29일 중국 텐진시에서 열린 제11회 TV아시아 바둑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일본의 요다 노리모토 9단에게 243수만에 2집반의 차이로 우승을 넘겨주고 말았다. 통산전적 2승7패. 국내 바둑계는 이창호가 지난4월 춘란배 8강전에서 반집승을 거둘때만 하더라도 「요다 징크스」에서 벗어났다고 환호했으나 요즘은 그것도 이창호의 재수로 돌리는 분위기다.사실 프로기사들간의 물고물리는 천적 관계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양재호9단과 최규병9단이 대표적인 경우. 두기사 모두 실력이 엇비슷한 정상급 기사에 속하건만 양재호의 승률은 1~2할대에 머물고 있다. 더 재밌는 것은 최규병은 광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오규철7단에게 번번히 당한다는 점. 본선진출국, 도전자 결정전 등 중요한 길목에서 전력이 한 수 아래인 오7단에게 덜미가 잡혀 실족하는 사례가 잦다. 그러나 「세계 최강자」로 통하는 프로기사가 특정인에게 연달아 패하는 것은 전무후무한 사례. 객관적으로 이창호가 요다에게 한수 위라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요다도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창호는 무적이다. 그를 꺾을 기사는 없다』고 단정한 바 있다. 그렇다면 천하무적으로 통하는 이창호는 왜 유독 요다에게 약한걸까. 전문가들은 이를 기풍의 유사성, 불운, 밀리는 호연지기 등 복합적인 요인을 들고있다. 『단단하고 무리하지 않는 기풍이다. 특히 형세 판단은 누구 못지않게 밝다.』 이창호의 요다에 대한 분석이다. 즉 요다는 두터움을 바탕으로 실수없이 국면을 이끌어가다 종반 끝내기에서 승부하는 수법을 쓴다. 기풍이 비슷한 이창호로선 상대하기 거북할 수밖에 없다. 이창호의 잇다른 불운도 빼놓을 수 없다. 알려진대로 이창호는 국제대회 흑번 25연승의 신화를 창조하고 있는 중이다. 흑을 쥐면 져본적이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요다와 대국에서 흑번은 겨우 두판이다. 아무래도 승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 29일 TV아시아바둑대회 결승전에서는 전날부터 심해진 눈병으로 극심한 통증을 참고 바둑을 둘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기(氣)에서 밀리는 요인이 가장 크다. 이창호가 요다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 91년. 나이 16세일 때다. 당시 특별기획으로 마련된 5번기에서 이창호는 1승3패로 무기력하게 무너지고 말았는데 이때부터 정신력에서 밀리고 있지 않느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람들은 요다의 바둑에서 일종의 검기(檢氣)를 느낀다고 한다. 강렬한 외모에 걸맞게 돌을 놓을때 바둑판을 도끼로 찍듯 요란하게 두드려 「사무라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더구나 「일본의 자존심」으로 불릴만큼 실력도 갖추고 있다. 지금 그는 일본 7대 기전인 고세이 3연패, NHK배 2연패, TV아시아바둑 2연패를 기록중이다. 아무리 맹수라도 어릴때 자신을 괴롭히던 상대는 쉽게 극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요다는 이창호가 언제가 꼭 넘어야할 벽이다. 「요다 징크스」를 깨지 않고선 당대 1인자는 될 수있을지 몰라도 바둑계의 신화를 창조할 순 없다. 약점이나 상처가 있다면 신화로 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최형욱 기자 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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