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주 분교로 캠핑을 떠난 아빠와 아이들은 하룻밤 묵을 텐트를 열심히 설치한 후 저녁식사 준비에 나섰다. B사의 텐트를 학교 운동장과 옥상에 옹기종기 설치한 풍경이 비춰지는 가운데 아빠들은 보물찾기 게임을 통해 획득한 식재료를 활용해 다양한 음식을 만든다. 출연진 가운데 윤민수는 큰 냄비 안에 꽃게를 넣고 라면을 끓인다. 보글보글 끓는 얼큰한 국물 위로 빨간 게 등딱지가 떠오른다. 윤민수가 뜯은 라면 포장지에는 '풀무원 자연은 맛있다 꽃게짬뽕' 로고가 선명하다. 예능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 방송 직후 포털 사이트 검색어에는 '윤민수 꽃게라면'이 연관검색어로 등장했다.
# 수하(이종석 분)는 장 변호사(이보영 분)와 함께 백화점에 갔다 장 변호사가 골든듀의 '미니듀 웨이브' 목걸이를 마음에 들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수하는 장 변호사에게 선물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목걸이 진열장 앞에서 머뭇거리다 다른 손님(안영미 분)이 하나밖에 남지 않은 목걸이를 구입하려는 상황을 목격한다. 수하는 전속력으로 근처 현금인출기로 달려가 돈을 인출한 후 다시 매장으로 돌아와 앞 손님을 제치고 물건 값을 치른다. 백화점 에스컬레이터에서 수하는 골든듀의 브랜드 상징인 '라벤더 박스'를 들고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이 제품은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마지막회 방송 이후 재고 수량이 모두 팔려 현재 추가 주문으로만 판매되고 있다.
# 동안 외모로 3040 여성의 워너비 스타로 떠오른 배우 김성령은 해외로 나가면서 공항패션을 선보였다. 그가 공항에서 어깨에 멘 가방은 세련된 뱀피 무늬가 돋보이는 금강제화 브루노말리의 '파코 이그조틱 백팩'으로 80만원에 이르는 고가 제품이다. 김성령의 공항패션 사진이 기사와 블로그 글을 통해 화제를 모은 후 이 제품은 출시 한 달 만에 1차 입고량인 200개가 완판됐다.
스타를 앞세운 '완판마케팅'이 마케팅의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완전히 판매됐다는 뜻을 담고 있는 '완판'은 유통업계에서 출고된 물량이 시장의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모두 팔려나간 상황을 가리킨다.
스타들은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은 물론 공항 출입국 패션과 사인회 사진 등을 통해 자신을 선망하는 불특정 다수에게 말을 건다. 우선 프로그램이나 사생활 노출이 먼저 이뤄지고 그 후에는 물건이 불티나게 팔려나갔다는 인터넷 기사가 잇달아 뜬다. 포털사이트 검색어에는 스타 이름과 제품이 연관검색어로 올라온다.
이는 바로 스타마케팅, 혹은 완판마케팅으로 불리는 홍보활동이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홍보대행사와 언론, 대형 포털사이트라는 통로를 통해 이슈를 확대ㆍ재생산하는 프로세스다. 연속적인 브랜드 홍보 과정에 들어가는 비용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들 정도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계속될 정도로 업체의 선호도가 높다. 불황의 골이 깊어진 유통가에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검증된 마케팅 수단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간접광고(PPL) 프로젝트 진행이나 스타마케팅을 주업무로 삼는 홍보대행사도 성업 중이다. 나비컴ㆍ데크ㆍ유끼 등 유통업계에서 널리 알려진 패션전문 홍보대행사가 바로 그들이다.
몸집이 큰 광고대행사의 경우 스타마케팅 가운데 PPL 분야만 따로 떼내 팀을 만들기도 한다. 이노션 월드와이드는 해당 업무를 전문적으로 진행하는 브랜드플레이스먼트(BPL)를 운영하고 있다.
이렇듯 완판의 대박을 꿈꾸는 브랜드와 대행사가 활약하는 스타마케팅 시장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곳은 지상파 인기 예능 프로그램이다.
'아빠 어디가' '런닝맨' '정글의 법칙' '1박2일' 등 주요 예능프로그램에서는 아웃도어ㆍ스포츠 브랜드의 러브콜이 뜨겁다. 한 홍보대행사 관계자는 "제품 로고가 노출되느냐 마느냐에 따라 금액이 달라지고 수 분 정도 노출되는 경우에도 수천만원이 왔다갔다 한다"며 "인기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 어느 브랜드가 더 높은 금액을 낼 수 있느냐가 협찬 여부를 가늠할 정도로 줄 선 업체가 많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제품마다 특성이 있기 때문에 모든 협찬제품이 완판을 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에 들어간다면 브랜드 노출 효과를 톡톡히 본다"고 덧붙였다.
드라마는 예능보다 품에 안을 수 있는 제품군이 더 넓다. 올 상반기 인기를 모았던 드라마만 살펴보더라도 휴대폰을 비롯해 자동차ㆍ의류ㆍ잡화 등 소비재 전분야에 걸쳐 스타마케팅이 불꽃 튀게 전개됐다. 일각에서는 제작사와 방송사ㆍ매니지먼트사 등 '사공'이 많은 우리나라 드라마 제작 환경 때문에 체계적인 스타마케팅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를 활용하는 업체는 패션ㆍ뷰티뿐만 아니라 생활용품과 가구에 이르기까지 전소비재를 아우른다.
요즘에는 드라마 제작 단계부터 제작사와 방송사ㆍ협찬기업 등이 힘을 모아 극의 기본 설정부터 업체의 뜻에 따라 구상하는 일도 빈번하다.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드라마 협찬을 하고 주인공의 직업을 커피숍 주인으로 설정하거나 협찬사인 건강기능식품 브랜드를 활용해 여주인공의 이름을 붙이는 식이다.
이 같은 모습은 PPL 장면이 처음으로 지상파 TV프로그램에 등장한 MBC드라마 불새(2004년 방영작) 때만 하더라도 감히 예측하기 어려웠을 정도로 적극적이면서도 꼼꼼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덮어놓고 쉬쉬하던 간접광고를 합법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되 일정 기준으로 규제하자는 목적에서 지난 2010년 방송법이 개정된 후 서서히 바뀌어온 결과다.
임범 이노션 BPL 팀장은 "처음 PPL을 시작한 10년 전만 해도 홍보 대상이 의류나 액세서리 브랜드에 한정돼 있었지만 휴대폰ㆍ자동차 등 다양한 제품군이 프로그램에 등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협찬한 프로그램이 성공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수십~수백억원이 들어가는 광고보다 효과가 좋다는 판단에서 스타마케팅과 PPL을 마케팅 전략 가운데 하나로 고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타마케팅에도 엄연히 그림자가 있다. 무엇보다 협찬에 나서는 프로그램이 시청자의 사랑을 받을지가 확실하지 않다는 점이다. 결국 PPL을 포함한 스타마케팅의 성공은 프로그램 시청률이 결정하지만 예측에 실패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특히 드라마의 경우 유명 감독과 작가가 힘을 합친 작품이라고 하더라도 시청률이 생각보다 낮게 나오는 경우가 있어 예측이 어렵다. 제작체계가 일원화된 예능 프로그램에 비해 외주제작사와 방송사 등 다양한 주체가 제작에 참여하는 드라마는 체계적인 브랜드 홍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도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 짚는 한계다.
또한 스타를 중심에 두고 브랜드와 홍보대행사, 연예인 스타일리스트, 매니지먼트사 등 많은 이들이 한데 얽혀 있다는 점도 계약 이행과 금액배분 등 법적인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스타마케팅이 기업화ㆍ체계화되기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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