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본사 ATM 전락… 한국씨티 하영구號 흔들

매년 본사에 1000억 고배당<br>구조조정 등 오락가락 행보, 직원 사기도 바닥으로 떨어져<br>사회적 책임은 소극적, 연말 5연임 행보 브레이크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은 외국계은행뿐만 아니라 국내 시중은행 중에서도 '최장기 최고경영자(CEO)'라는 타이틀을 지니며 화려함을 자랑해왔다. 지난 2001년 사령탑에 취임한 이후 올해로 벌써 임기 12년 차에 접어들었다.

그런데 하 행장의 위상과 뱅커로서의 모습이 너무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2004년 한국씨티가 한미은행을 인수한 직후만 하더라도 두 조직을 성공적으로 융합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지난해부터 모기업인 씨티그룹이 경영난에 처하며 크게 휘둘리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씨티은행 내부에서조차 씨티그룹 본사의 과도한 배당 챙기기와 이를 저지하지 못하는 하 행장의 리더십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익을 내는 족족 엄청난 배당금을 국외로 보내면서 씨티 본사로부터는 한껏 사랑을 받고 이로 인해 내심 올해 말 5연임까지도 내다보던 하 행장의 행보에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는 셈이다.

◇씨티그룹의 ATM으로 전락한 한국씨티=한국씨티은행은 지난해 3ㆍ4분기 기준으로 5,52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하 행장이 취임한 2001년(2,103억원) 이후 10년 만에 영업이익이 160%가량 증가했다. 국내 알토란 기업이었던 한미은행을 발판으로 국내 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을 이어나갈 수 있던 한국씨티은행은 거의 매년 국내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배당을 통해 모기업인 미국 씨티그룹에 송금하기 급급했다.

한국씨티의 역대 배당은 총 다섯 차례. 2004년 한미은행을 인수한 후 2008년 단 한차례를 제외하고는 매년 1,000억원 안팎의 고액 배당이 이뤄졌다.

지난해에는 미국 씨티그룹이 경영난에 빠지면서 한국씨티가 중간배당을 통해 역대 최대 규모인 1,299억원을 미국으로 송금했다. 보통 한국씨티가 매년 3~4월 전년도 실적을 바탕으로 배당을 결정해왔던 만큼 중간배당은 금융계에서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국씨티가 4ㆍ4분기 실적이 악화되자 서둘러 중간배당을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국씨티가 미국 씨티그룹의 현금입출금기(ATM) 수준으로 전락한 셈이다.

이에 금융 당국은 올해 첫 종합검사 대상으로 한국씨티금융지주와 한국씨티은행을 지목, 고액 배당과 관련한 부분을 면밀히 들여다 보고 있다.

금융 당국은 최근 한국씨티금융지주와 씨티은행에 대한 종합검사를 위해 최근 서류검토 작업을 마친 데 이어 오는 20일께 현장검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씨티은행이 사상 최대 규모의 배당을 강행한 것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검사도 당연히 포함된다"고 말했다. 특히 씨티은행의 배당금 1,299억원이 한국씨티금융지주로 넘어갈 경우 이 돈이 어떤 용도로 쓰이고 얼마나 해외로 송금될 것인지에 주목하고 있다.

◇하 행장의 오락가락 행보…떨어지는 직원들의 사기=하 행장이 진두지휘하는 한국씨티 직원들 사기도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고액 배당을 챙겨간 씨티그룹이 역대 최대 수준의 실적을 올린 한국씨티에 도리어 인력 감원과 비용절감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특히 인력 주조조정에 있어서는 하 행장의 원칙 없는 행보가 직원들 사기 저하에 결정적 단초를 제공했다는 평가다.



하 행장은 지난해 12월 씨티그룹이 전세계에서 4,500명을 감원하겠다는 방침에 따라 한국씨티 전직원의 2%인 100명을 감원하겠다고 공표했다. 이에 조직 내부의 반발과 고액 배당에 따른 여론 악화 등 부담감을 견디지 못해 이내 구조조정을 철회했다.

하지만 하 행장은 올해 씨티그룹이 다시 한국씨티에 6,000만달러(674억원)규모의 비용감축을 지시하면서 인력 구조조정 카드를 살며시 다시 꺼내들었다가 노조의 반발에 부딪쳐 또다시 감원계획을 철회했다. 한국씨티의 관계자는 "한국 임직원들의 방패막이가 돼야 할 하 행장이 본사의 입김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이며 행장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씨티그룹의 비용절감 압박은 곧바로 올해 신규 지점(9곳) 개설 중단 및 인건비나 마케팅 비용 축소 등에 반영되고 있다.

특히 한국씨티는 직원들에게 상반기 중 연차의 50%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고 야근을 금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휴가를 가지 못했을 때 지급하는 휴가수당이나 야근수당 등 직원들 피부에 와닿는 비용부터 먼저 줄이겠다는 의도이다. 한국씨티 관계자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휴가를 갈 수 없을 뿐 아니라 야근을 해도 야근 보고를 못하도록 윗선에서 강제하고 있다"며 "불필요한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해 비용을 개선하기는커녕 직원들의 복리후생부터 제재를 가하고 있어 내부 불만이 크다"고 말했다.

◇사회적 책임은 소극적…금감원, 씨티 자금 흐름 정밀 추적=하 행장은 임기 동안 한국씨티의 양적 성장에는 성공했지만 국내 사회가 금융권에 요구하는 사회적 책임은 외면하는 외국계은행의 속성을 답습하고 있다. 하 행장은 지난해 금융 당국이 시중은행에 배당 자제를 권고하던 와중에도 보란 듯이 고액 배당을 감행하며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또 하 행장은 최소한의 '사회적 비용'마저 외면하는 짠돌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신용보증기금과 13개 시중은행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현재까지 모두 두 차례에 걸쳐 4,027억원을 출연해 4조5,914억원을 보증 지원했다. 하지만 한국씨티의 특별출연 실적은 '0원'이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금융권에서 전무후무한 5연임에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막강한 리더십으로 조직을 이끌고 보듬었던 데 있었다"며 "반면 하 행장은 본인의 철학을 경영에 반영할 수 없는 사실상 미국 씨티그룹의 거수기 역할에 불과한 상태"라고 평가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