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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포커스] 형제 같던 이순우·이광구의 인연… 행장 자리 앞에선 형제애 없었다

■ 확산되는 인사 논란

같은 부서… 파격 발탁… 동고동락 20년…"정말 가까운 사이"

행장 선임 앞두고 결국 실리 택해… 직원들 "호랑이 키운 것"

이광구 부행장

이순우 우리은행장

이순우 우리은행장은 지난 1일 오후 연임 포기를 선언하기 하루 전, 차기 행장 내정설의 주인공 이광구 부행장과 오전8시 전후로 5분여의 티타임을 가졌다. 뜨는 권력과 지는 권력 사이에서 있었던 오해와 불신이 다소 진정되는 분위기였다.

우리은행 임직원들은 한결같이 "이 행장과 이 부행장은 정말 가까운 사이였다"면서 입을 모은다. 상업은행 출신이라는 공통점뿐만 아니라 비서실·인사부에서 함께 했던 근무 경력, 은행의 핵심 포지션인 개인영업본부의 '후계자'로 이끌고 경영기획 담당 부행장으로 파격 발탁하는 등 이력만 훑어봐도 끈끈하지 않은 것이 이상하다 할 정도다.

주변에서는 이 행장이 37년 은행원 생활 동안 가장 아꼈던 후배 중 한 명이 이 부행장이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형제애는 민영화를 앞둔, 그래서 짧게는 수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은 은행장 자리 앞에서 무너지고 말았다.

이 행장과 이 부행장의 인연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 사람은 각각 1977년, 1979년 상업은행에 입행했다. 정지태 전 한국상업은행장이 수장으로 있던 당시 두 사람은 비서실에서 인연을 시작했다. 이 행장은 당시 차장이었고 이 부행장은 수행비서를 맡으며 호흡을 맞췄다. 이 행장이 인사부장으로 있던 시절에는 이 부행장이 그 아래 실무진으로 있으면서 인사 일도 도맡아서 진행하는 등 눈빛만 봐도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각별한 사이로 발전한다.

이 행장이 이 부행장을 본격적으로 끌어주기 시작한 것은 2004년 개인고객본부 집행 부행장 시절부터다. 당시 이 부행장은 개인마케팅팀장으로서 이 행장을 보좌했다. 비서·인사 등 본부에서 함께 백업 역할을 하다가 이제는 일선 영업현장에서 서로 호흡을 맞추게 된 것이다. 당시 이 행장과 이 부행장은 개인영업 부문에서 탁월을 성과를 보이며 행 내 모든 임직원들의 본보기가 되기도 했다.

우리은행의 한 직원은 "이광구 당시 부장은 본인은 부장이지만 부행장의 입장에서 일한다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했다. 워낙 일을 잘하다 보니 윗사람들도 그가 품위서를 갖고 가면 읽지 않고 결재를 할 정도였다. 그 윗사람 중 하나가 이순우 당시 부행장이었다. 그만큼 서로 믿고 의지하고 신뢰했던 사이"라고 말했다.

박해춘 전 우리은행장은 일만 시켰다 하면 성과를 보이는 이광구 부행장(당시 팀장)을 카드전략팀장으로 앉혔다. 박 전 행장은 전 LG카드(현 신한카드) 사장 출신으로 카드영업만큼은 자신이 꼭 우리은행에서 키워야겠다는 일념 아래 믿을 수 있는 인재로 이 부행장을 택했던 셈이다. 그를 가까이서 지켜봐왔던 이 행장도 흐뭇하기 그지없었다.



우리은행의 한 직원은 "박해춘 전 행장이 공개석상에서 칭찬한 몇 안 되는 사람이 이광구 부행장"이라면서 "우리은행에서 카드 부문이 두각을 드러내던 시절이다. 우리은행의 베스트셀러 우리V카드가 등장한 것도 이때"라고 말했다.

이 부행장은 잠시 홍콩우리투자은행 조사역으로 발령이 났지만 이 행장은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개인영업전략부장으로 데려왔다. 이 행장이 수석부행장으로 자리를 옮겼을 때였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광구리(이광구 부행장 별명)' 부장은 말 그대로 '해결사'였다. 이 행장이 밑에 사람을 부리다가 마음에 안 들면 다음에 믿고 맡길 사람이 이 부행장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 행장이 꾸준히 그를 끌어오려고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행장의 이 부행장 사랑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2011년 3월 이 행장이 은행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하자 당시 광진성동영업본부장을 지내던 그를 경영기획본부 부행장으로 앉혔다.

상무 승진 없는 점프 인사였다. 1년 남짓 지났을까. 은행 최고 요직인 개인고객본부 집행 부행장까지 역임하게 됐다.

누구도 불만을 제기할 수 없었다. 명실상부한 '이순우의 오른팔'이었기 때문이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 부행장의 지금 커리어는 이 행장이 만들어준 것이나 다름없다. 최근까지도 이 행장은 이 부행장과 인사에 대해서 협의를 많이 했다고 한다"면서 "한편으로는 이 행장이 호랑이를 키운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오는 8일 임기를 앞둔 이 부행장은 의리보다는 '실리'를 택했다. 하지만 우리은행 임직원들은 한목소리로 "차기 행장이 민영화를 잘 이룰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서금회 논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전에 이 부행장이 자행 출신 실력파 임원임은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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