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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전국경제인연합회 방문은 당선인 시절이었던 지난해 12월26일 이후 거의 1년 만이다. 그동안 재계 총수들과의 간담회는 몇 차례 있었지만 박 대통령이 전경련을 직접 찾아 회장단을 만난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간담회 시간도 당초 계획한 50분에서 1시간20분으로 늘었고 박 대통령이 간담회 도중 "(기업인들의 노력에 대해) 감사하다. 수고한다"는 말을 여러 번 했을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기업들은 이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규모 투자를 박 대통령에게 약속했다. 삼성은 내년에도 50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했고 SK그룹 역시 융합 분야 연구개발(R&D)에 1조2,000억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분위기를 한층 띄웠다.간담회는 박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하고 참석한 재계 총수들이 그룹별로 연구개발·창조경제·채용·투자 등 현안별로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박 대통령은 총수들의 의견을 꼼꼼히 적고 주요 현안에 대해서는 코멘트를 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같이 참석한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총수들의 건의사항 가운데 필요한 것에 대해서는 검토를 지시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간담회가 생산적 결과를 도출하기를 기대한다"며 "기업인들이 더욱 노력할 것이고 대통령이 약속한 투자 활성화 의지가 입법 등에 적극 반영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간담회 따로, 정책 따로, 국회 따로' 식의 모습이 사라졌으면 하는 희망을 전했다.
박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기업가정신을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왔다"면서 "기업가정신으로 투자하고 도전한다면 정부는 적극 뒷받침할 것"이라고 투자를 독려했다.
첫 간담회 주제인 창조경제.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창조경제를 위해서는 우리 경제가 기존 매뉴팩처링 주도형에서 혁신 주도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맞춰 주요 총수들이 각 그룹에서 추진하고 있는 창조경제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연료전지, 휘는 배터리 등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환 현대차 부회장은 "친환경 그린카와 스마트카 등 미래 자동차 개발에 역랑을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웅열 코오롱 회장 등 다른 참석자들도 자사가 추진하고 있는 융복합 프로젝트 등 박 대통령의 창조경제를 뒷받침할 사업에 대해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총수들의 의견을 청취한 뒤 "국내 시장만 생각하지 말고 세계가 내 시장이라 생각하고 휘젓고 다녀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정부에서 세계 시장 정보 등을 제공하고 해외순방 기회를 활용해 해외진출을 적극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일자리 창출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총수들은 내년에도 시간선택제 일자리, 여성고용, 가족친화형 일자리 등 신규 일자리를 올해보다 더욱 확대할 것을 약속했다.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은 삼성은 향후 5만명의 소프트웨어 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내년 상반기 중 2,000개의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박용만 두산 회장은 400개의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기업들의 일자리 창출에 대해 "가족친화적 일자리는 시간선택제 일자리와 같은 맥락"이라며 "능력 있는 여성들이 육아도 잘할 수 있고 일에도 집중적으로 보람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투자 부문에서는 기업들의 화끈한 약속도 나왔다. 총수들이 내년에는 신사업 분야에 연구개발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은 "삼성은 향후 10년간 기초과학 분야에 1조5,000억원을 투자해 창조경제의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내년에도 50조원 이상 투자를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도 "스마트그리드, 에너지관리시스템 등 IT와 에너지 융합 분야 연구개발에 1조2,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연구개발 투자에 있어 정부와 민간 간 효율적인 역할분담 방안에 대한 아이디어를 총수들에게 당부했다. 특히 "탄소 배출 감축 문제는 결국 기술로 극복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총수들은 또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 및 기술 개방도 약속했다. SK는 자사가 보유한 86종의 정보를 개방, 청년들이 창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박 대통령은 이에 대해 대기업에 사장된 특허 등 기술을 중소·벤처기업에 적극 이전해 사업화를 당부했다.
이 외에도 이준용 대림 회장은 "해외건설 수주 선진화 방안과 관련해 금융 중심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박용만 두산 회장은 "세계 각국이 원전을 추진하고 있는 것을 감안해 향후 순방국가 선정시 고려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총수들의 건의사항에 대해 꼼꼼히 메모하며 즉석에서 답변했다는 후문이다. 재계 역시 투자와 채용 확대 등에 나설 것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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