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전 세계가 지정학적 리스크로 몸살을 앓았다. 우크라이나 군사충돌 사태, 스코틀랜드 및 스페인 카탈루냐주의 분리독립 투표 강행, 홍콩 우산혁명,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활동 등 시한폭탄처럼 오래전부터 우려가 됐던 이슈도 있지만 예측하지 못한 위기도 있었다.
블룸버그가 국제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근 발생한 우크라이나의 군사충돌 사태가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가장 큰 위협으로 꼽혔으며 이슬람 무장세력, 에볼라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이런 지정학적 리스크가 실질적으로 투자자의 수익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다. 지정학적 리스크는 크게 체계적 위협과 비체계적 위협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체계적 위협은 어떠한 충격의 확산 및 전이로 다른 시장 및 금융 기능들이 도미노처럼 순식간에 작동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중동 지역부터 미국 및 유럽에까지 영향을 끼친 석유파동은 전 세계 경제와 시장에 연쇄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 체계적 위협은 예측하기 어렵고 나비효과처럼 큰 파급력을 가진다. 하지만 빈번히 발생하지 않으며 경제 및 시장에 회복 불가능한 정도의 막대한 손상을 초래하지는 않는다.
현재까지도 이라크와 시리아에서의 전쟁은 참혹한 사상자를 내며 인류에게 큰 충격과 통탄을 자아내게 하지만 실제로 투자자들에게 끼친 영향력은 미미하다. 에볼라 감염 역시 잠재적인 체계적 위협으로 분류할 수 있으나 현재 다행스럽게도 나이지리아 내부로 바이러스가 통제돼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다. 만약 에볼라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경제 활동 및 시장 신뢰도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면 그 규모는 상당했을 것이다.
반면 비체계적 위협은 개별적인 여러 위험 요소를 가리키는 것으로 특정한 회사·국가·자산 등 특정 부분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한국 증시에서 북한 관련 리스크는 비체계적 위험으로 한국이 가진 고유 위험이다.
이러한 모든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비해 투자자들은 먼저 세계 곳곳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시장의 반응과 실제 리스크가 서로 비례하는지 따져봐야 한다. 간혹 큰 변동성은 체계적 위협을 내포하고 있기도 하지만 실제로 큰 리스크로 연결되지 않을 때도 있다. 둘째, 투자자들은 자신들의 포트폴리오 매니저가 비체계적 위협에 대비해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통화·개별주식 등의 잠재적 결과를 반영해 적절히 통합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셋째, 지정학적 리스크로 발생하는 결과가 항상 수익률 상승 또는 하락을 결정짓는 주요 원인은 아니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지정학적 리스크는 투자자들이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는 요소이지만 주식 종목 선택을 좌지우지하는 가장 주요한 요소가 돼서도 안 된다. 투자자들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체계적 또는 비체계적 위협인지를 우선 파악하고 투자자산을 다양하게 배분하는 크로스에셋 전략을 짜야 한다. 또 지정학적 리스크가 자신들의 포트폴리오에 끼칠 수 있는 영향력을 고려해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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