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상장사들이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을 대부분 신규 투자가 아닌 차입금 상환 등 재무구조 개선에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무건전성을 강화하면 단기적인 생존 능력이 높아지겠지만 신규 투자를 통한 미래 먹거리 발굴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중장기 생존 능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어 우려된다.
27일 서울경제신문이 올 들어 이달 25일까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이 실시한 유상증자 58건의 증자 목적 68건을 분석한 결과 유상증자 목적을 '시설 투자'라고 밝힌 곳은 신일산업(002700)·한화케미칼(009830)·써니전자(004770)·웅진에너지(103130)·포스코플랜텍(051310) 등 단 5곳에 불과했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한 특수관계인의 지분 참여 등 기타 목적으로 진행된 유상증자가 32건으로 가장 많았고 차입금 상환, 임직원 급여 지급, 타법인 출자 목적 등 운영자금 확보가 31건으로 별 차이가 없었다.
코스닥시장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코스닥 상장사들의 유상증자 공시 총 86건의 증자 목적 95곳을 분석한 결과 신규 시설 투자를 위한 경우는 자동차 부품 제조 전문업체인 오리엔트정공(065500) 단 한 곳뿐이었다. 운영자금 확보를 위한 유상증자가 71건(74.7%)으로 대부분이었고 기타 목적이 23건으로 24.2%를 차지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유상증자는 업무제휴, 재무구조 개선, 대규모 시설 투자, 기술 개발, 시장 개척 등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시행된다"면서 "하지만 최근 상장사들의 유상증자는 대부분 대규모 시설 투자나 시장 개척이 아닌 단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목적에 치우쳤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당장 운영자금이 필요한 상황은 이해하지만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신규 시설 투자를 등한시하면 결국 기업의 지속 가능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유상증자 건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자본자금 조달을 늘려 적정 부채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실제 유가증권시장에서 1월, 2월 유상증자 건수는 각각 12건에 그쳤지만 지난달에는 17건을 기록했고 이달 들어서는 이날까지 17건이 집계됐다. 코스닥시장도 지난달에는 유상증자가 총 19건 공시됐지만 이달 들어서는 32건에 달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kt ens 사태 이후 대기업 계열사들도 자체 신용등급을 유지하기 위해 재무구조 개선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며 "전환사채(CB) 같은 부채성 자금보다 유상증자나 영구 전환사채 등 부채 비율에 부담을 주지 않고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있는 주식 자본성 자금 조달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