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보(1~18) 준결승전 진출자 4인의 이름이 속속 가려졌다. 유창혁이 모처럼 상처(喪妻)의 충격을 극복하고 최철한을 꺾었다. 송태곤은 돌풍의 주역 대만의 저우쥔쉰을 제쳤다. 이창호의 천적 요다 노리모토는 이번에도 이창호를 제압했다. 새로 제비를 뽑아 준결승전 대진표가 짜여졌다. 유창혁과 박영훈, 요다와 송태곤이 각각 준결승전을 치르게 되었다. 2004년 7월 3일 도쿄의 일본기원. 준결승전이 벌어졌다. 조훈현과 이창호 사제를 연파하고 올라온 요다의 기세는 흉흉했다. 그는 싸움꾼 송태곤을 특유의 두터움으로 부드럽게 잠재우고 결승에 선착했다. 또 다른 한판, 박영훈과 유창혁의 일전은 박영훈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었다. 그 바둑을 이기면 세계대회 준우승이 보장되는데 그것은 병역면제의 조건이 되기 때문이었다. 그때까지의 상대 전적은 박영훈이 3승6패로 뒤져 있었다. 박영훈의 백번. 유창혁은 화려한 공격바둑을 지향했지만 박영훈은 처음부터 덤으로 이긴다는 작전을 세워놓고 있었다. 그는 유창혁이 공격하는 자기의 대마를 선선히 내주고 철저하게 집만 지었다. 그리고 거대하게 형성된 흑의 대모양에 뛰어들어 간단히 살아버렸다. 박영훈의 불계승. 박영훈이 요다를 상대로 후지쯔배를 다투게 되었다는 소식이 한국기원에 전해지자 프로 고수들과 기자들은 끼리끼리 모여 예상평을 주고받았다. 몇달 전 박영훈이 삼성화재배 결승에 올라 조치훈과 5번기를 벌였을 때 박영훈이 우세하다는 축과 조치훈이 우세하다는 축이 반반이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조훈현과 이창호에 이어 송태곤까지 이기고 올라온 요다의 기세를 과연 19세의 박영훈이 꺾을 수 있을까.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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