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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쪼개고…붙이고…넘기고… 위기 대응 서바이벌 전략 짠다

■ 재계는 지금 사업·조식 재편중<br>삼성 패션사업 건물관리 등 이관, 효율성 높여<br>현대차 '강판-모듈-완성차' 수직계열화 완성<br>LG전자 5개 사업본부장 직속으로 연구소 운영<br>SK 계열사 일부 통폐합·GS는 대팀제 등 도입


'쪼개고, 붙이고, 넘기고'

글로벌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재계는 지금 사업을 쪼개고 붙이고 넘기는 등 사업재편 작업이 한창이다.

주요 그룹들은 사업 양수도 및 분할, 합병 등을 통해 경영효율을 높여 위기상황을 돌파하려는 서바이벌 전략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마다 관련 조직의 통합 및 신설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연말 정기인사철을 맞아 이 같은 기업들의 사업 및 조직 재편 작업은 한층 탄력을 받는 양상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내년 사업계획을 막바지 조율하고 있는 주요 그룹들은 부진한 사업을 정리하고 중복사업을 통합하는 등 사업 및 인력 재편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재계에서 사업재편이 가장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곳은 삼성그룹이다.

삼성은 지난 1일부로 제일모직의 패션사업을 삼성에버랜드로 이관했으며 삼성에버랜드는 급식·식자재사업을 떼어내 '삼성웰스토리'를 신설하고 건물관리사업을 에스원에 넘겼다. 또 삼성SDS는 삼성SNS를 흡수합병했으며 삼성디스플레이는 보유하고 있던 삼성코닝정밀소재 지분 전량을 미국 코닝에 매각했다.

삼성 측은 이 같은 사업재편이 해당 사업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입장이지만 재계에서는 3세 후계구도 구축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삼성은 이번 사장단 인사에서 사업재편에 따른 대대적인 후속인사를 단행했다.

우선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삼성에버랜드 패션 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으로 이동했다. 또 윤주화 제일모직 사장도 삼성에버랜드 대표이사 겸 패션부문장을 맡도록 해 패션사업 이관에 따른 조기 안정화에 집중하도록 했다. 이로써 삼성에버랜드에는 기존 김봉영·이부진 사장과 윤주화·이서현 사장까지 모두 4명의 사장이 함께 근무하게 됐다. 사업재편과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의 위상에 걸맞은 진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SNS와 합병하는 삼성SDS도 삼성전자에서 완제품과 부품사업을 두루 경험한 전동수 사장을 대표이사로 내정해 삼성전자의 혁신 DNA를 과감히 접목하도록 했다. 삼성SDS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분 11.3%를 보유한 회사다. 이에 전 사장의 이동이 향후 상장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현대자동차는 연구개발(R&D)을 총괄하던 권문식 연구개발본부장(사장), 설계담당 김용칠 부사장, 전자기술센터장 김상기 전무 등을 경질하고 기강을 정비하고 있다.

또 현대제철은 지난달 29일 현대하이스코 합병 안건이 주주총회에서 통과되면서 현대하이스코 당진공장과 순천공장을 인수해 열연강판 생산뿐 아니라 하공정 제품인 냉연강판까지 생산하는 상·하공정 통합 생산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현대제철은 현대하이스코로부터 자동차강판사업 부문을 분할합병하며 자동차강판 전문제철소이자 매출 20조원 규모의 초대형 일관제철소로 자리매김했다. 현대차그룹 차원에서 보면 열연(현대제철)과 냉연(현대하이스코) 등 두 가지 공정으로 분류해 운영하던 철강계열 업무가 하나로 일원화됐고 '강판(현대제철)-자동차모듈(현대모비스)-완성차(현대·기아차)'로 수직계열화도 마무리했다.

LG전자는 지난달 27일 임원 인사와 더불어 조직 간 시너지를 높이고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하부 조직 간 시너지를 확보하고 자원투입의 효율을 극대화함으로써 시장선도 경영의 토대를 다지기 위한 차원이다.

먼저 LG전자는 기술 및 제품 간 융복합 강화를 위해 5개 사업본부장 직속으로 연구소를 운영하기로 했다. 아울러 조직기능 중복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 제품 사업담당별로 운영하던 해외영업 조직을 통합, 사업본부장 직속으로 운영한다. 이 밖에 기존 유럽·중남미·중동·아프리카 지역대표 외에 인도네시아·싱가포르 등 아시아 8개국을 관할하는 '아시아 지역대표'를 추가 신설했다.

SK그룹은 따로 또 같이 3.0체제를 도입한 지 만 1년 만에 SK커뮤니케이션즈 등 여러 계열사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조직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최근 싸이월드와 싸이메라를 종업원 지주회사 형태의 벤처회사로 분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해 직원 구조조정을 실시한다. SK컴즈는 연말까지 조직개편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SK네트웍스도 사업구조를 효율화·안정화하기 위해 일부 조직을 통폐합하고 인력을 재배치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상사와 에너지·자동차 부문을 주시하고 있다. 또 해외자원개발사업 효율화 차원에서 중국 북방동업 지분 매각도 검토하고 있다. 특히 그룹 지주회사 격인 SK C&C가 최근 자사주 3%를 매입하면서 중장기 차원에서 SK㈜와의 합병 가능성도 열어놓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GS그룹의 경우 실적이 부진했던 GS건설에서 조직 및 인력 개편을 단행했다. GS는 공공시장이 줄어드는 흐름에 맞춰 국내 공공영업 인력을 사업수행 인력으로 전환 배치했으며 지원조직을 통합해 임원이 팀장을 맡는 대팀제를 도입했다.

이 밖에 한진그룹은 8월 한진칼을 설립하며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 말에 있을 신년 계획발표 때 계열사 간 사업재편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진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은 지난달 30일 한진해운홀딩스가 보유한 한진해운 주식을 담보로 한진해운에 1,5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의했다. 기존의 지분 16.7%에 더해 담보로 잡은 지분과 검토 중인 유상증자까지 이뤄질 경우 한진해운을 두고 대규모 사업개편이 진행될 가능성도 열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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