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을 줄여 기존 근로자의 휴일 근로를 신규 채용으로 대체하겠다는 것은 산업 현장의 현실과는 완전 동떨어진 얘기입니다. 중소기업은 만성적인 구인난으로 근로자를 뽑는 것 자체가 어려워 생산성이 높은 숙련인력을 뽑고 휴일에만 일할 근로자를 따로 채용하는 게 거의 불가능합니다."
8일 경기도 화성시 동탄면 이랜텍 본사에서 만난 이세용(65·사진) 중견기업연합회 노동환경위원회 위원장(이랜텍 회장)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숙련공이나 고정인원으로 운영되는 생산라인의 경우 근로시간 조정은 한계가 있다"며 "제도의 혜택이 결국 고임금의 대기업·정규직 근로자에게 집중돼 중소기업·비정규직 근로자들은 더 어려워지고 양극화만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부담이 늘어난 기업들이 국내를 떠나 해외로 나갈 수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 위원장은 "근로시간 단축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지방소재 중견기업은 인력 수급 문제와 설비 한계로 생산량이 줄어들고 계약기간내 제품을 납품하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해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노동 규제가 강화되면 될수록 기업들 사이에서 국내 사업장을 접고 해외로 나가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근로시간 단축은 법으로 강제할 것이 아니라 노사 자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그래도 굳이 입법화해야 한다면 초과 할증률 축소(현행 50% 초과근로 할증률 하향 조정), 미사용 연차휴가 금전보상 제한 명시,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 및 요건 완화, 재량근로시간제 대상업무 확대 등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갈등구조의 우리나라 노사문화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 위원장은 "우리 노사관계는 민주화 직후 갈등구조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FTA 확대로 세계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데 이런 노사관계로는 우리 기업의 경쟁력 제고나 국가 경제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고 혀를 찼다. 이어 "우리 경제가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노사 양측이 서로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화합형 노사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위원장이 30살인 1982년에 창업한 이랜텍은 스마트폰 배터리팩 전문업체로 지난해 6,547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삼성전자 및 삼성SDS의 핵심 협력업체로 배터리팩·3D안경 등을 공급하고 있으며, 휴대폰 외장케이스 사업에서도 신흥 강자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 위원장은 지난 2000년부터 2012년 2월까지 삼성전자 협력사 모임인 협성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협성회 명예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화성=최용순·박진용 기자 seny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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