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에서 지난 2년 7개월여 동안 가장 뼈아프게 총수의 부재를 실감했던 때는 인수합병(M&A)전이 벌어졌을 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태원 회장이 부재한 동안 STX에너지(현 GS E&R), KT렌탈(현 롯데렌탈) 등 인수전에서 잇따라 겪은 실패는 관련 그룹사의 사기를 꺾었고 M&A 시장에서 SK그룹의 위상도 낮아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복귀 후 첫 M&A 대상으로 코웨이를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의 실패를 설욕할 수 있을지 재계의 이목도 덩달아 쏠린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SK네트웍스는 코웨이 매각주관사 측으로부터 티저레터(투자안내서)를 받은 후 참가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SK네트웍스는 공식적으로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며 코웨이와 매각주관사인 골드만삭스 모두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코웨이 대주주인 MBK(30.9% 보유)가 인수 후보 기업을 추려 비공개로 M&A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SK그룹 안팎에서는 성장동력에 목마른 SK네트웍스가 코웨이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점치고 있다. 특히 최 회장이 복귀한 지금으로선 그룹 시너지효과 측면에서의 장기적 판단에 따른 통 큰 베팅도 가능하다.
SK그룹은 지난 2011년 SK하이닉스를 인수한 후 M&A 시장에서 별다른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최 회장이 안팎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들인 SK하이닉스 외의 다른 계열사들은 성장이 정체되며 위기감에 빠졌다.
ADT캡스·STX에너지·KT렌탈 인수에 잇따라 실패하며 적기에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데도 실패했다.
SK네트웍스는 특히 오너 부재의 타격을 크게 받은 계열사다.
SK네트웍스는 2012년 코웨이가 매물로 나왔을 때도 인수전에 참여한 바 있다. 자동차렌털 사업 등과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 회장이 부재했던 상황에서 당시 1조2,000억원가량의 M&A를 진행하는 자체가 큰 부담이었고 SK네트웍스는 최종적으로 인수전에 불참했다. 이후 올 들어 시장에 나온 KT렌탈을 인수하려 했지만 통 큰 금액을 써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백기를 들었다.
M&A전에서 줄줄이 고배를 마신 사이 2012년 28조원에 육박했던 SK네트웍스의 매출은 지난해 22조원으로 줄어들었다. 특히 영업이익률이 1% 안팎에 불과해 패션·정보통신·렌털·상사 등 주요 사업 부문이 성장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과감히 코웨이 인수에 나설 경우 신사업을 통해 그동안의 실적 부진을 씻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코웨이는 17~18%대의 영업이익률을 과시하며 꾸준한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중국·말레이시아 공기청정기, 정수기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할 만큼 해외에서의 입지를 빠르게 굳히고 있다는 장점도 있다. SK텔레콤·SK주식회사C&C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홈 분야에서 시너지 창출 가능성도 엿보인다.
난관은 비싼 가격이다. 증권가에서는 코웨이의 매각 대금이 최대 3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SK그룹이 최 회장의 부재로 M&A 시장에서 잊히다시피 했지만 앞으로 그룹사 시너지 효과와 장기적 전략 등에 따라 과감한 행보에 나서지 않겠느냐"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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