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한국무역협회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제6차 한ㆍ러 비즈니스 다이얼로그'에서 한ㆍ러 간 경협확대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이 같은 메시지를 전달했다.
특별연설자로 나선 푸틴 대통령은 "한ㆍ러 양국 협력의 우선순위는 첨단기술 분야의 상호협력"이라며 "경험과 기술을 공유하고 응용과학 분야에서도 협력하자"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과정에서 중소기업들의 잠재력을 십분 활용해야 할 것"이라며 "아직 양국의 협력관계에서 중소기업들의 역할은 작지만 앞으로 이들을 활용해 성장의 구심점이 될 아이디어와 프로젝트를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ㆍ러 비즈니스 다이얼로그는 지난 2008년 창설된 양국 기업 간 공식 대화기구로 푸틴 대통령 측이 참가 의사를 전달하면서 행사 수일 전에야 특별연설 시간이 마련됐다. 특히 이날 행사는 박근혜 대통령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발의한 후 열린 첫 경제협력 행사여서 양국 스마트그리드, 정보기술(IT)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 관계자들이 눈에 띄었다.
푸틴 대통령은 연설에서 양국 경제협력의 최우선 과제로 극동러시아 공동개발을 거듭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공동생산 협력체제' 구축과 아시아태평양지역ㆍ중앙아시아로 이어지는 '공동 수송로'에 대한 한국의 참여를 요청했다. "단순히 조선업 분야의 수주ㆍ발주에서 벗어나 극동러시아에 산업설비를 구축하자"는 것이 푸틴 대통령의 이야기다. 이미 양국은 러시아 나홋카항이나 보스토치니항에 합작 LNG조선소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조선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검토될 것으로 기대된다.
푸틴 대통령은 또 "시베리아횡단철도(TSR)과 한반도종단철도(TKR)를 구축하는 데 한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주기를 바란다"며 "이 프로젝트가 성사될 경우 남북한과 러시아가 얻게 될 경제적 이익을 위해 조속히 정치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그는 양국의 교역확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푸틴 대통령은 "한국은 지난 20여년간 중국ㆍ일본에 이어 러시아의 3대 대외무역국이지만 교역규모 자체는 미미하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는 광물ㆍ원료, 한국은 전자제품ㆍ기계 등을 주로 수출하고 있지만 해당 분야의 변동에 따라 교역량에 기복이 있는 편"이라며 "대외무역구조의 다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한덕수 무역협회장과 허창수 전경련 회장, 양국의 기업인 350여명이 참석해 자원, 지역개발과 투자, 교통과 인프라, 통상과 중소기업 협력 등의 네 가지 주제로 유라시아 프로젝트를 구체화할 방안을 논의했다. 한 회장은 "한국과 러시아는 지리적 인접성과 상호 보완적 경제구조를 갖고 있어 협력을 통해 더욱 산업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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