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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Watch] 서민 먹거리 백화점 속으로

프리미엄 얻고 추억을 잃다

"추워지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길거리 상점에서 몸을 녹이며 먹던 따뜻한 어묵 국물, 노릇노릇 익은 군고구마 같은 길거리 간식이죠. 지금은 일부러 찾으러 다녀야 먹을 수 있어요. 단돈 몇 천원에 종이봉지 가득 군고구마·붕어빵 등 두둑하게 담아 훈훈한 정을 나누던 서민 먹거리 느낌은 이제 많이 사라졌죠." (57세 주부 이은화씨)

호떡·붕어빵·군고구마 등 겨울철 대표 국민 간식거리를 파는 길거리 상점들을 보기가 힘들어졌다. 서울시의 거리가게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2009년 1만345개에 달하던 길거리 상점은 이듬해 9,395개, 2011년 9,117개로 줄었다. 지난해는 8,826개로 뚝 떨어졌다.

길거리 상점들이 자취를 감추는 데는 행정기관의 강화된 노점단속뿐 아니라 소비자의 식습관 변화와 구매 패턴 변화 등도 한 요인이 됐다. 위생을 따져 건강한 먹거리를 내 손으로 만들어 먹겠다는 이들을 겨냥해 식품 업계는 고급화를 내세우며 손쉽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 겨울 간식 아이템을 앞다퉈 내놓았다. 홈메이드 가전제품 출시도 덩달아 늘어났다. 떡볶이나 어묵의 경우도 기존 길거리 상점과 같은 영세형에서 급속히 대형 프랜차이즈화돼 골목상권 깊숙이 들어갔다. 붕어빵·호떡·군고구마 등도 백화점 식품관으로 들어가 고급 간식으로 자리 잡았다.



프리미엄을 앞세운 이 같은 다채로운 먹거리 앞에 길거리 상점들은 경쟁력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 그나마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마저도 식자재 값 상승 등으로 길거리 상점 운영을 이어가기가 버겁다. 하루 벌어 먹고사는 서민경제의 강인한 생명력의 상징 격인 길거리 상점이 하나둘 사라지면서 겨울에만 느낄 수 있는 길거리 낭만도 '추억'이 됐다.

최오수 민주노점상전국연합 대외협력국장은 "노점상들 사이에서 IMF 때보다 더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길거리 한철 장사를 이어가기 힘들어 적잖은 이들이 장사를 접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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