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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
입력1998-10-29 20:04:00
수정
2002.10.21 23:09:48
최창환 정경부기자
최근 헐리우드 영화「Wag The Dog」이 화제가 됐었다.
성추문 사건으로 궁지에 몰린 미국 대통령이 전쟁을 일으켜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는 영화 내용이 르윈스키 사건으로 곤경에 처한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수단과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한 실제 정치상황과 공교롭게 일치했기 때문이다.
「개꼬리가 개를 흔들다」로 번역된 「Wag The Dog」은 본질과 지엽적인 문제가 바뀐 본말전도(本末顚倒), 손님이 주인행세를 하는 주객전도(主客顚倒)를 의미하는 표현이다. 새삼 영화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재벌주력 업종간의 보증교환을 둘러싼 논란에 「개꼬리…」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올해중 5대재벌의 이(異)업종간 상호지보를 해소하기 위해 업종간에 지급보증을 교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보증교환이 신규보증을 금지토록 한 법규정에 위반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공정위의 입장은 두가지 측면에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고 있다.
우선 조직의 말단이 조직의 수장을 흔들고 있다. 지난 22일 제4차 정재계간담회에서 이규성(李揆成)재정경제부장관 전윤철(田允喆)공정거래위원장 이헌재(李憲宰)금융감독위원장은 재벌총수들과 이업종간 상호지보 해소를 논의하면서 보증교환 등 구체적인 방안도 사실상 합의했다.
위원장이 합의한 내용을 실무자들이 법을 무기로 뒤집고 있는 것이다. 꼬리는 목소리를 높이는데 머리는 침묵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재벌개혁의 수단이 재벌개혁의 장애물로 변질됐다. 보증교환을 할 경우 개별회사별로는 형식적으로 신규보증을 한다해도 재벌전체로는 보증규모가 감소하게 되고 재벌의 분리를 촉진하게 된다. 재벌개혁을 위해 신규보증을 금지한 공정거래법의 정신에 부합된다. 당연히 법해석을 통해서 또는 법률개정을 통해 받아들여야 할 일이다. 현행 법조문만 고집하면서 논란을 벌일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구조조정에 걸림돌이 되는 모든 것은 무엇이든지 제거하겠다』는 정부 최고위당국자들의 다짐이 행여 빈말이 될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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