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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1년] 총수들 '선단식 경영틀' 과감히 깬다
입력1998-11-16 00:00:00
수정
1998.11.16 00:00:00
재벌기업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심지어 인위적인 재벌해체론 까지 심심찮게 제기되는 상횡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한국 경제에서 대기업들의 비중과 기능은 크다. 특히 이들 기업을 움직이는 회장들의 한마디, 그들의 경영관은 해당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재계와 더 나아가 국민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다. 최근 개혁을 특히 강조하는 회장들의 독특한 개혁론을 찾아가 본다.【편집자 註】이건희(李健熙)삼성회장은 「독자생존론」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회장단회의가 아니면 그 모습조차 보기 어려울 정도로 조용한 행보를 유지하고 있는 이회장. 하지만 개혁의지는 전혀 변함이 없다. 「계열사별 독자생존의 원칙」. 이회장이 강조하는 말이다. 이회장은 최근 『구조조정의 목표는 어떠한 위기환경에서도 생존·성장할 수 있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구본무(具本茂)LG회장은 「형식파괴론」을 거의 모든 경영분야에서 적용하고 있다. 구회장이 취임이후 보인 행동은 고정관념과 형식의 파괴다. 각종 회의때는 회의시작 10분전에 미리 입장하고, 따로 인사를 받지않고, 집무실을 접견실로 개방하며, 전용헬기도 그룹 임원들의 출장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형식과 권위의 배체로 새바람을 일으켰다. 특히 그룹을 「독립기업의 협력체」로 전환하고, 이사회 중심의 경영제체로 개편하는 개혁으로도 주목을 끌고있다. 변화와 개혁에 대한 그의 폭넓은 관심을 보여주는 최근의 어록.
『제조원가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구매비용 절감은 경영의 핵심과제이며 수출을 통한 외화획득도 중요하지만 수입비중이 높은 원자재·부품의 구매를 잘하는 것도 외화획득의 중요한 요소다』
손길승(孫吉丞)SK회장은 「퇴출과 독립론」. 손회장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지난 11월 4일 그룹 계열사 전임원을 대상으로한 특별세미나에서 『상품의 질이 나쁘고 고객서비스가 나쁘다면 해당회사 및 해당사업부는 SK라는 브랜드를 쓰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선언. 또 『철저한 브랜드 관리와 기업문화 공유를 통해 실제 사고와 행동양식이 일치한다면 독립경영을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 손회장은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위해 계열사별로 자금흐름을 원할하게 하는데 역점을 두고, 고유의 경영기법과 기업문화 실천으로 조직분위기를 바꾸고, 재도약의 기반을 마련하자』고 역설.
지난 95년말부터 국내 대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구조조정에 나선 뒤 가시적인 결실을 거두고 있는 두산. 성공의 배경 가운데는 두산을 이끌고 있는 오너들의 확고한 개혁의지도 뻬놓을 수 없다.
지난 10월말 청와대 만찬장에서 박용오(朴容旿) 두산회장이 한 말. 『평소 강연에서 「나한테 걸레는 남에게도 걸레」라고 말했다. 그러나 솔직히 (계열사를) 정리하면서 눈물이 난 적이 많았다.』
개혁의 아픔을 표현한 말이다. 박회장이 체험적 경영관이 바로 「걸레론」.
『장사가 안되는 기업, 적자(赤字)기업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내놓지만 이런 기업은 남들도 사지 않는다. 돈되는 기업, 적자(適者)기업을 팔아서라도 손해를 줄이는게 급선무다』는 것이다.
박용성(朴容晟)OB맥주 회장의 「쓰레기론」도 관심을 끈 개혁관.
『한정식집의 쓰레기는 종류가 많고 양도 많다. 이런 쓰레기를 치우려면 돈도 그만큼 많이 든다. 곰탕집처럼 단순해야 한다. 여러 사업을 잡탕식으로 해선 곤란하다. 핵심역량이 없는 곁가지 사업을 하게 되면 엄청난 낭비와 비용이 따르게 된다』
효성의 조석래(趙錫來)회장은 「프로론」으로 임직원들의 변화와 개혁을 강조. 조회장은 효성T&C, 효성물산, 효성생활산업, 효성중공업 등 주력 4개사의 합병을 계기로 기회 있을 때마다 철저한 프로정신을 바탕으로 한 성과주의 경영방침을 천명. 조회장은 『경영에 대한 투철한 사명감, 책임감을 갖고 성과주의를 지향하는 것』을 프로정신으로 강조하고 있다. 실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역할에 대한 대가를 당당하게 요구하는 것도 프로정신이라고.
회장이 바꾸는 사회... 고 최종현회장과 화장문화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솔선수범할때 그것이 일반에게 전해져 「풍속」이 된다는 「상풍하속(上豊下俗)」이란 말을 몸소 실천한 사람이 있다.
고(故) 최종현(崔鍾賢) SK회장. 崔회장의 화장(火葬) 유언은 최근 사회지도급 인사를 중심으로 한 화장유언남기기 운동에 불을 지펴 범국민운동으로 확산되는 계기를 만들었기 때문.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고 했는데 崔회장은 이름뿐 아니라 사회문화까지 완전히 바꾸어 놓고 있는 것이다.
崔회장의 이같은 결단은 여러 측면에서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무엇보다 崔회장의 실천은 올바른 장묘문화 정착에 기폭제가 되고 있다. 崔회장의 경제력이나 사회적인 지위를 보아 소위 명당이라는 곳에 크고 호화로운 분묘를 만들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차지할 작은 땅이 행여 후손들의 국토이용에 지장을 줄까 염려해 여섯평 정도의 유택(幽宅)을 차지했다. 생전에 그가 그러했듯이 검약과 겸손의 미덕을 보인 것이다.
崔회장의 결단은 또 우리나라 묘지문제가 매우 심각한 시점에서 화장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으며 화장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운동으로 뿌리를 내리게 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37개 시민단체가 참가하고 있는 생활개혁실천범국민협의회(의장 이세중·李世中)가 崔회장의 실천에 힘을 얻어 지난달 「화장 유언남기기 운동 발대식」을 갖고 순회가두서명을 벌이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
이 운동에는 고 건(高 建)서울시장, 이기호(李起浩) 노동부장관, 김모임(金慕姙) 보건복지부장관. 구자경(具滋暻) LG그룹명예회장, 손길승(孫吉丞) SK회장 등 내노라하는 정·관·재계 인사들이 대거 참가했다. 생개협은 이같은 추세라면 내년 초까지 10만명이 이 운동에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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