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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동북아 물류허브] 뛰는 중국항 기는 부산항… 규제 개선 없인 10위권 수성도 위태

칭다오·톈진 물동량 600% 급증… 부산은 54% 그쳐

"세계 3위→13위 추락 대만 가오슝 전철 밟나" 우려

배후단지 개발 등 통해 FTA 물류기지로 키워야


한때 세계 3위까지 이름을 올렸던 부산항만이 올해 6위권까지 순위기 내려앉으면서 동북아 물류 허브로서의 위상이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부산신항 전경. /사진제공=부산항만공사

중국 북부항의 대표적 물류 허브인 칭다오항. 2014년 현재 컨테이너 물동량 처리실적 기준 세계 7위에 올라 있는 국제적인 항만이다. 하지만 15년 전인 1999년 칭다오항은 세계 30위의 지역 항만에 불과했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2000년대 들어 급성장해 지금은 국제적인 항만으로 우뚝 섰다. 양적성장만 이룬 게 아니다. 지난해 8월 미국 물류정보업체 JOC그룹은 칭다오항을 전 세계 주요 컨테이너항 중 생산성이 가장 높은 항으로 꼽았다.

칭다오항을 필두로 중국 북부 항만들이 급속도로 성장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성장이 지체된 부산항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칭다오항의 경우 컨테이너 물동량 처리실적 기준 6위인 부산항의 턱밑까지 치고 올라온 상태다. 이대로 가다가는 한때 세계 3위였지만 지난해 13위까지 추락한 대만 카오슝항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항은 뛰는데 기는 부산항…10위권 수성도 버거워=18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00년 212만TEU에 불과했던 칭다오항의 컨테이너 처리실적은 2013년 1,552만TEU로 632%가 늘어났다. 칭다오와 함께 컨테이너 물동량 세계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톈진항도 같은 기간 증가율이 661%에 달한다. 반면 같은 기간 부산항은 53.9% 성장하는 데 그쳤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중국 북부항에 밀려 부산항이 10위권 밖까지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1999년까지만 해도 컨테이너 처리실적 세계 3위였던 대만 카오슝항은 상하이·선전·광저우 등 중국 남부 거점의 항만들이 본격 성장하면서 쇠락을 길을 걸었다. 1990년대 중반 10위권 밖이었던 상하이항은 2006년 6위로 올라선 뒤 2010년에는 싱가포르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주장삼각지대의 관문인 선전항은 3위까지 치고 올라온 상황이다. 반면 2000년부터 미끄러지기 시작한 카오슝항은 지난해 13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처럼 물류 허브로서 부산항의 지위가 흔들리는 것은 중국 북부항의 급성장으로 직계항로(直係港路)가 개설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해운사 입장에서는 환적화물이 모이는 거점항을 거치는 것보다 물류비용을 줄일 수 있는 직계항로 선호할 수밖에 없다. 박남규 동명대 국제물류학과 교수는 "중국 쪽 항에 컨테이너 물량이 3,000TEU만 발생하면 부산항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데 최근에는 상당수 물량이 바로 넘어가고 있다"며 "여기에 국내 경기가 안 좋아 수출입 물동량까지 대폭 감소하면서 부산항의 양적 성장세가 주춤하다"고 진단했다.



◇한중 FTA가 물류허브 돌파구…규제개선 동반돼야=전문가들은 최근 협상이 타결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이렇게 임계점에 도달한 부산항 성장에 새로운 활로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우선 관세장벽이 무너지면서 부산항 배후가 대중국 무역의 전진기지로 올라설 수 있게 됐다. 중국에 진출했던 우리 기업이 돌아와 생산기지를 건설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 진출을 노리는 외국 업체도 입주할 수 있다.

특히 식품계열 기업의 경우 '메이드 인 차이나'로 인해 떨어지는 상품 가치를 '메이드 인 코리아'로 높일 수 있게 된다. 유럽과 미국시장을 겨냥한 중국업체도 한국에 생산거점을 만들면 한미, 한·EU FTA로 낮아진 관세장벽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렇게 관세장벽이 무너지면 자연스레 무역규모가 늘어나고 제자리를 맴돌던 부산항의 물동량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고준성 산업연구원 국제산업협력실장은 "관세혜택이 늘어나면 기업들이 생산거점을 옮길 수 있는 요인이 커진다"고 말했다.

문제는 부산항 배후 산업단지 역할을 할 자유무역지구가 여전히 규제의 틀에 갇혀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점이다. 현재 자유무역지구는 물류 허브의 핵심 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 '쇼룸 비즈니스(반제품이나 완제품을 전시를 통해 판매하는 비즈니스 형태)'가 불가능하다. 또 관세 환급 및 부가세 영세율 적용으로 단가 높은 상품의 물류기지를 유치할 수 없다. 실제로 최근 외국 한 반도체장비 업체가 인천공항 자유무역지구에 동북아 물류센터를 두려고 하다 이 때문에 포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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