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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국회에 실망했다(사설)

정치관계법 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내년도 예산안도 오늘중 국회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예산안 심의는 법정처리 시한을 지키지 못한 것이 흠이긴 하지만 그동안 심의가 계속된 것은 심의고 뭐고를 제쳐놓고 날치기처리를 일삼던 과거행태에 비해 그나마 다행이다.그러나 그 내용면에서 과거와 아무런 차이를 볼 수 없었던 것은 유감이다. 무엇보다 71조6천억원의 예산규모에서 순삭감이 소수점 이하규모인 1천억∼2천억원 수준에 그칠 전망이어서 그야말로 시늉만 낸 것이다. 당초 야당은 1조∼3조원을 삭감하겠다고 큰소리쳤으나 줄고 줄어서 그 모양이 됐다. 우리가 국회의 예산심의에 각별하게 관심을 두었던 것은 현재의 경제상황 때문이었다. 지금의 한국경제는 곳곳에서 적신호가 울리고 있고 내년 상황은 더욱 어렵다는 것이 공론이다. 그럴 때일수록 정부부터 허리띠를 졸라매야한다. 내년도 예산안은 올해보다 13.7% 늘어난 규모로 예상 경제성장률을 웃돌고 있다. 예산안 편성 당시보다 경제가 급속도로 나빠져 정부의 경제운영계획도 「축소」를 검토해야 할 상황이다. 예산심의에서 이같은 여건들이 반영됐어야 함에도 실제 심의과정을 들여다보면 삭감은 커녕 불리기에 혈안이었다. 국가경제를 생각하기보다 지역사업 챙기기에 급급했던 결과이다. 의원들의 편협한 지역 및 집단이기주의만 활개를 칠 뿐 국가경제를 내다보는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국회의 집단이기주의는 제도개선관련 법안 협상과정에서 더욱 적나라하게 표출됐다. 국회측은 이번 타결이 마치 큰 성과인 양 떠벌이고 있으나 그 어느 것 하나 제도개선이라고 할만한 것이 눈에 띄지 않는다. 선거사무장과 회계책임자에 대한 선거법위반사건의 연좌제를 폐지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돈이 적게 드는 선거를 위해 마련한 이 제도를 스스로 없애버렸으니 공명선거는 더욱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대선후보의 TV토론은 후보자가 자청해서 해야 할 일이다. 지난번 지자제선거나 총선과정에서 그런 토론은 수차 선보였다. 방송사와 후보간의 협의로 충분한 것임에도 이의 법제화가 무슨 성과라도 되는양 하는 것은 난센스다. 한마디로 예산국회가 보여준 국정심의는 실망적이다. 국회의 이같이 안이하고 무책임한 국정심의 자세가 계속되는 한 경제난국을 뚫고 선진사회로 진입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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