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올해 주주총회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조석래 효성(004800)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002320)그룹 회장 등 그룹 오너의 이사 선임에 반대했다.
8일 서울경제신문이 올해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내역을 집계한 결과 국민연금은 506개 기업 140여명의 이사·감사·사외이사 선임안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다. 지난 2월28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국민연금이 투자한 기업에서 10년 초과 장기 재직하거나 이사회 출석률이 75% 이하인 사외이사의 연임에 반대한다는 방침을 정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은 올해 주총에서 신 회장의 롯데쇼핑(023530) 이사, 롯데제과(004990) 이사 선임안에 대해 과도한 겸직으로 충실한 의무수행이 어렵다며 반대했다. 국민연금은 신 회장의 누나인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이 롯데쇼핑 이사로 재선임되는 안건도 반대했다. 또 롯데그룹 계열사에 대해서는 이상원 감사(롯데푸드(002270)), 김광태 이사·감사(롯데칠성(005300)), 임지택 이사(롯데케미칼(011170)), 신영철 이사(롯데하이마트(071840)) 등에 대한 선임안도 반대해 그룹사 중 가장 많은 반대표를 던졌다.
세금탈루·배임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석래 회장에 대해서는 기업가치 훼손 또는 주주 권익의 침해 이력이 있다는 이유로 이사 선임을 거부했다. 조양호 회장(한진·한진칼(180640)·에쓰오일)과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한진·한진칼)의 사내이사 선임안에도 국민연금은 과도한 겸직을 이유로 반기를 들었다.
이 밖에 허동섭 한진 사외이사, 이현규 코나아이 감사, 김정홍 경인양행 사외이사, 김조일 한국철강 감사·사외이사 등 59명(중복계산)에 대해서는 재임 기간 과대 및 장기 연임을 이유로 이사나 감사위원에 선임되는 것을 반대했다. 박해식 제이콘텐트리 사외이사(출석률 0%), 김유현 벽산 사외이사(20%) 등 41명은 이사회 출석률이 75%가 되지 않아 선임을 반대했다. 이순형 세아제강 회장, 김홍국 하림 회장 등 17명에 대해서는 과도하게 겸직을 하고 있어 직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해 선임을 반대했다. 이 밖에 34명은 5년 안에 계열사의 상근임직원이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독립성이 훼손된다는 이유로 이사나 감사 선임에 대해 반대했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강화 방침에 따라 문제가 있는 이사·감사·사외이사에 대한 반대가 어느 해보다 많았지만 부결로 이어진 것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외국에서 기관투자가의 의무와 책임에 관해 제시한 모범 규정인 세계지배구조개선네트워크(ICGN)와 영국의 스튜어드십코드(Stewardship code)는 기관투자가들이 단순히 의사표시만 하는 게 아니고 공동활동을 통해 이사선임 반대 등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부분을 명시하고 있다"면서 "이미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원칙이기 때문에 실제 국민연금이 행사하는 의결권이 영향력을 갖기 위해서는 이러한 국제적인 규정을 지침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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