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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5'가 열리고 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LVCC)는 마치 커다란 테마파크 같다. 관람객들은 뇌파를 이용해 자동차 경주를 벌이고 드론(소형 무인기)들이 펼치는 군무를 감상했다. 동화 속 나라로 가듯 첨단기술로 도배된 집안 모습을 경험하기 위해 30~40분씩 길게 줄을 서기도 한다.
CES 개막 이틀째인 7일(현지시간) LVCC는 전 세계에서 온 관람객들로 성황을 이뤘다. 전시업체나 산업계 관계자들은 바이어와 상담하고 경쟁사 동향을 파악하는 등 일하는 데 여념이 없었지만 관람객 다수는 온몸으로 신기술을 체험하며 놀이동산에 온 것처럼 즐거워했다.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 부스에서는 뇌파를 이용해 자동차 경주를 하는 '마인드 컨트롤 레이싱 게임'이 열려 관심이 쏠렸다. 2명의 참가자는 머리에 'EEG'라는 뇌파 인식 헤드셋을 쓰고 경기에 임한다. 사람이 집중력을 다해 '자동차를 움직여야겠다'고 생각하면 이 신호가 모형차에 전달돼 앞으로 나아가는 방식이다. 먼저 참가자들은 경기에 앞서 머릿속으로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상태'와 '차를 앞으로 움직여야겠다고 생각하는 상태' 두 가지를 훈련한다. 경기가 시작되면 얼마나 정신을 집중해 차를 움직이겠다고 생각하느냐가 차의 속도를 결정짓는다. 게임에 참가한 사람 중 한 명은 3~4초 만에 차를 목표지점까지 보냈지만 경쟁자는 가다 서기를 반복하다 결국 중도에 포기해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바이어로 CES에 왔다가 게임에 참여한 미국인 다니엘 로메로씨는 "생각만으로 자동차가 움직인다니 매우 놀랍다"고 말했다.
드론업체 '패럿' 전시장에서는 주기적으로 이뤄지는 드론 군무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다. 그물이 쳐진 무대 위 디지털시계의 숫자가 줄어들며 '0'이 되자 경쾌한 음악 소리와 함께 손바닥만 한 드론 예닐곱대가 공중곡예를 선보였다. 바닥에서는 지상용 미니 드론이 50㎝ 높이를 단숨에 뛰어오르는 묘기를 보였다. 드론 한 대가 그물에 걸리는 실수도 있었지만 관람객들은 개의치 않고 놀라운 기술에 감탄사만 연발할 뿐이었다.
소니 전시관에는 '라이프 스페이스 사용자경험(UX)'을 구경하기 위해 50m나 줄을 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30~40분을 기다린 뒤에야 입장한 이 공간에서는 주먹만한 크기의 '4K 초단초점 프로젝터'를 통해 천장이나 거실·욕실 벽면이 언제든 스크린으로 변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스피커와 전구를 합친 '발광다이오드(LED) 벌브 스피커'는 공간 활용도를 높이고 세련미까지 더했다.
카메라 니콘은 전시관 한 쪽에 360도 촬영구역을 만들었다. 관람객이 '1, 2, 3' 신호에 맞춰 생동감 있는 포즈를 취하면 잠시 후 모니터에 모든 각도에서 찍은 사진이 차례로 바뀌며 나타났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키아누 리브스가 총알을 피하는 명장면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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