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는 올해보다 내년이 더 긍정적이다. 하지만 시장의 기대처럼 올해 말 소비 시즌부터 내년 초까지 글로벌 경기 성장이 가속화되는 시나리오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바닥은 확인했지만 성장으로 나아가기에는 시기상조다. 성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아직 확인해야 할 것들이 남아 있다.
적어도 다음 세 가지 불확실성에 대해 확인이 필요하다. 첫째, 미국의 테이퍼링 시기다. 최근 미국의 자산가격을 보면 미국 경기는 확실한 회복세를 보인다. 하지만 자산가격 회복 이후 실물경기로의 연결이 매끄럽지 않다. 특히 경기 회복을 위해 실시했던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회수를 언제·어느 규모로 시작하는지 봐야 한다.
연방준비제도가 미국 외의 이익은 고려 않고 정책 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우려 요인이다. 물론 지난 6월의 학습 효과로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다. 나아가 테이퍼링의 시작은 미 경기에 대한 자신감의 방증이라는 점에서 국내 증시에 긍정적이다. 하지만 전환기의 불확실성은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둘째, 중국의 정책 방향이다. 중국은 세계 경제의 엔진이다. 올해와 같이 인민은행의 유동성 공급이나 일시적인 미니 부양책만으로 중국 경기나 세계 경기 성장에 기대감을 주는 것은 한계가 있다. 중국 경제는 이미 일정 수준에 도달했고 정책 입안자들의 생각도 이전과 다르다. 위기가 와도 2009년과는 다른 대응을 할 것이다. 이미 중국은 내수 확대를 통한 안정적 성장과 새로운 도시화 정책 등 새로운 틀로 경제를 재구축하고 있다. 이는 지난달 3중전회를 통해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났지만 구체적인 변화는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를 지나야 확인된다. 정책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시장의 기대와 실망이 교차할 것이다.
셋째, 유럽의 성장 지속 여부다. 7월 이후 글로벌 경기 성장에 대한 신호탄은 유럽의 구매관리자지수(PMI) 상승이었다. 이제 시장 참가자들은 더 큰 증거를 원하고 있다. 내년에 유럽이 성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두 가지 변화를 확인해야 한다. 하나는 은행연합에 대한 논의가 진전을 이뤄야 하고 또 하나는 유럽중앙은행(ECB)과 독일을 중심으로 성장 중심 정책으로의 전환이 구체화돼야 한다. 바닥을 다졌기 때문에 성장할 것이라는 당위론은 아직 유로존 경제에는 적절치 않다.
결국 내년 글로벌 경기는 '바닥은 확인했지만 성장은 시기상조'인 셈이다. 코스피의 주가수익비율(PER)도 재평가보다 정상화 수준에서 마무리될 수밖에 없다.
설명할 수 있는 직관은 신뢰할 수 있지만 설명할 수 없는 직관은 단순한 희망일 뿐이다. 직관이 아닌 데이터에서 강세장을 읽어내야 한다. 아쉽게도 아직 데이터에서 확인된 것은 복원이지 성장이 아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