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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서울 청담동 압구정로데오역 인근 싱글몰트 전문 바. 저녁 식사 시간을 훌쩍 넘기자 한산했던 가게에 신기한 광경이 연출됐다. 테이블에 자리 잡은 손님 10명 중 9명이 여성이었던 것.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위스키 한 잔을 식후 커피처럼 가볍게 즐기러 온 여성들로 매장은 가득 찼다. 바텐더 이미란 씨는 "최근 들어 싱글몰트를 마시러 오는 여성 직장인이 크게 늘었다"며 "여성 손님이 적다고 하는 날조차도 그 비율이 60~70%에 달한다"고 귀띔했다.
주류 시장의 아웃사이더였던 여성이 위스키업계의 신흥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폭탄주 문화보다 숙성이 잘 된 고도주를 적당히 마시는 '슬로 드링크' 추세와 높아진 여성의 경제력이 맞물리면서 고급 주류를 즐기는 층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싱글몰트 전문점의 성장과 함께 20·30대 여성 싱글몰트 소비자도 증가하고 있다. 침체된 위스키 시장에서 싱글몰트 위스키만이 유일하게 9.5% 성장하자 이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싱글몰트 바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2013년 25개였던 싱글몰트 전문 매장은 올 상반기 3배 이상 많아졌다. 위스키 전문점 관계자는 "몰트바를 찾는 남성층은 고정돼 있지만 여성들이 새로운 고객층으로 흡수되면서 몰트바 수가 늘기 시작했다"며 "지난해만 해도 대부분 매장에서 여성 고객들을 찾기 쉽지 않았지만 올 들어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 직장인 여성들이 매장 방문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전반에 저도주 열풍이 불고 있지만 유독 여성들이 싱글몰트에 빠지는 이유는 정통성 고수와 여성들의 경제력 상승 때문이다. 윈저 아이스·에끌라 바이 임페리얼·골든블루 등 블렌디드 위스키들이 올해 30도 초중반대로 도수를 대폭 낮췄지만 글렌피딕·맥캘란 등 싱글몰트 위스키 군은 주류에 편승하지 않고 40도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초기 와인 붐이 일었을 때처럼 공부하며 마시는 정통성 있는 술의 이미지가 호기심을 자극한데다 2000년대 초 40% 후반대였던 20대 여성 취업률이 최근 60% 직전까지 오르는 등 여성들의 경제력이 높아지면서 고급술에 대한 소비 여건이 형성됐기 때문"이라며 "술을 하나의 문화로 인식하는 여성층을 기반으로 급증한 싱글몰트 바 시장은 올 하반기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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