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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금융계열사 구조개편 다시 시험대에] 조직·지분재편에 보험업법 개정 임박… 지주사 전환 불씨 남아

개정안 원안대로 통과땐 생명은 전자 지분 팔아야

경영권 방어 위해선 다양한 시도 불가피

지분정리작업 속도 내며 생명이 화재·카드 등 추가 매입 가능성도


삼성 금융계열사의 구조개편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올 들어 빨라지고 있는 금융계열사 간 지분 정리를 뒷받침할 후속 조직개편과 추가적인 지분 정리작업이 속도를 내는 데 이어 삼성 금융사의 최대 뇌관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 관문을 넘기게 되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 매각이 강제되는 만큼 취약해지는 삼성전자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그룹 차원의 다양한 시도가 불가피해진다. 이 경우 현시점에서 삼성이 공식 부인하고 있는 지주사 체제 전환도 배제하기 힘든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분 정리를 통한 금융계열사 협업 강화와 그룹 내 금산분리작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금융계에서는 삼성생명이 전자가 보유한 카드 지분(37.5%)을 매입하는 것은 물론 필요에 따라 화재와 카드 등의 지분도 계속 사들일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사 내부적으로는 조직개편의 큰 그림을 그리는 모습도 감지된다. 삼성생명은 주식취득인가 등을 거쳐 100% 자회사가 되는 자산운용과의 시너지 강화를 위해 인력·조직 재조정 등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보험업법 개정안 원안대로 통과될까 촉각=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가 대주주 혹은 계열사의 유가증권을 보유할 때 보유한도를 총 자산의 3%까지로 제한하되 유가증권을 사들일 당시의 '취득가액'을 적용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해당 유가증권의 가치가 올라도 영향이 없다. 개정안은 계산 기준을 '시장가'로 바꾸고 보유한도를 초과한 지분은 매각하도록 했다. 원안대로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 14조원어치를 포함해 그룹 계열사 주식 18조원 중 상당액을 팔아야 한다.

매각 유예기간이 5년인 만큼 매년 3조원 이상의 계열사 지분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문제는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전자의 경영권 방어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점. 삼성생명은 전자 지분 7.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생명 지분이 모두 팔리게 되면 그룹의 전자 지분은 물산 4%, 이건희 회장 3% 남짓 등 7% 수준에 불과하다. 삼성전자를 인적분할해 상장을 발표한 에버랜드와 합병하거나 여기에 삼성물산홀딩스(가칭)도 합치는 시나리오 등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이 경우 삼성생명은 중간금융지주 형태로 가야 한다. 하지만 지분 매각이라는 난제와 함께 중간금융지주사 허용을 위한 법제화도 이뤄지지 않았고 삼성 특혜 논란이 일고 있는 점 등은 지주사 전환의 암초다.



특히 삼성 측이 지주사 전환 가능성에 대해 거듭 손사래를 치면서 관련 이슈는 수면 아래로 잠복하는 양상이다. 하지만 개정안의 명운에 따라 지주사 전환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서 개정안이 굴절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 측이 개정안 원안 통과를 좌시할 리 만무하고 정치권도 오는 7월 말 재보궐선거 등으로 일정이 빡빡해 6월 국회가 민감한 법안에 결론을 낼 수 있을지 회의하는 시선이 많다.

법안이 통과돼도 매각 유예기간이 5년에서 더 늘어나는 식의 절충안이 도출될 수도 있다. 다만 삼성생명 가입자의 자금으로 계열사 지배권을 강화한다는 반대파의 주장은 두고두고 논란을 낳을 수 있다. 한 금융계 고위인사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6월에 통과되지 않더라도 이 문제가 해결됐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개정안 자체가 지배구조에 급격한 변화를 수반하진 않겠지만 (삼성 측의) 고민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계열사 간 조직개편, 지분 정리 속도 낼 듯=지난 4월 삼성생명은 자산운용을, 증권은 선물 지분을 전량 인수했다. 조만간 주식 취득작업이 마무리되면 어떤 식으로든 조직구조개편이 뒤따를 것이 유력하다. 실제로 최근 삼성생명은 부동산사업부 소속 투자인력을 100% 자회사로 부동산전문자산운용사인 삼성SRA자산운용과 합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투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같은 줄기에서 삼성생명과 증권도 100% 자회사로 수족처럼 기능하게 되는 자산운용과 선물과의 화학적 융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의 건강 악화 등을 계기로 지분 정리작업의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삼성생명은 카드 34.4%, 화재 10.4%, 증권 11.1%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만약 삼성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 생명은 중간금융지주가 돼 자회사로 편입할 수 있는 마지노선(상장사 지분 30%, 비상장사 50%) 요건을 맞춰야 한다. 당장은 그룹이 지주사 전환을 부인하고 있어 생명의 지분 매집이 가속화될지 여부를 속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의 전자 지분 매각과 더불어 금융사 지분 매입이 동시에 추진될 수도 있다. 경영 효율화 차원에서 필요에 따라 생명이 계열사 지분을 더 사들일 개연성도 적지 않다. 한 금융계 인사는 "지주 체제를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협업 강화를 제도적으로 받치기 위한 지분 정리가 잇따를 수 있고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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