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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시대 경제 패러다임 바뀐다] 돈 밀려오는데 부실 우려 대출 길 막혀… 수익 줄줄이 반토막

<1> 자산운용의 덫에 빠진 금융산업<br>■ 고민에 쌓인 국내 은행<br>총수신 1년새 56조 ↑ 대출은 47조 증가 그쳐<br>대출 갈아타기도 심화 예대마진 갈수록 악화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와 시중은행장들이 한국은행에서 회동을 갖고 금융시장 전반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있다. 계속되는 저금리에 은행장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서울경제DB



초비상… 공포에 휩싸인 한국의 은행들
[저금리 시대 경제 패러다임 바뀐다] 돈 밀려오는데 부실 우려 대출 길 막혀… 수익 줄줄이 반토막 자산운용의 덫에 빠진 금융산업■ 고민에 쌓인 국내 은행총수신 1년새 56조 ↑ 대출은 47조 증가 그쳐대출 갈아타기도 심화 예대마진 갈수록 악화

이철균기자 fusioncj@sed.co.kr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와 시중은행장들이 한국은행에서 회동을 갖고 금융시장 전반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있다. 계속되는 저금리에 은행장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서울경제DB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글로벌투자은행(IB)은 사상 최고의 이익을 거뒀습니다. 그리고 망했습니다. 우리나라 저축은행도 연쇄 도산 전에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을 통해 이익경신을 이어갔지요. 역시 바로 다음해에 무더기 퇴출이었습니다. 지난해 사상최고 이익을 거둔 은행이 같은 길을 가는 것은 아닌지 솔직히 걱정됩니다."

최근 기자와 만난 시중은행의 한 부행장은 대뜸 글로벌IB의 도산과 저축은행의 퇴출을 꺼냈다. 우주에서 하나의 행성이 사라지기 직전에 가장 밝게 빛나는 것처럼 현재의 금융산업도 그런 상황에 처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의 우려가 단순한 엄살로만 보이지 않았다. 저금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은행 등 금융산업이 자산축적의 덫에 빠져 있다는 진단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었다.

실제로 은행은 지난해 최고의 이익을 구가했다. 지난해 상반기 총 이익은 26조5,000억원에 달했고 당기순이익은 10조원이었다. 하지만 올 상반기에는 바로 꺾이기 시작했다. 총이익은 22조3,000억원으로 줄었고 당기순이익도 5조5,000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반면 총자산은 꾸준히 늘었다. 2009년 6월 말 1,748조원이던 은행의 총자산은 3년 뒤인 올해 6월 말에는 1,833조원으로 증가했다. 더욱이 은행의 총자산은 1년 만에 100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총자산이 1년 새 빠르게 늘었는데도 총이익이 감소했다는 것은 수익창출 능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진단은 은행에서도 비슷하게 내놨다. 저금리인데도 불구하고 수신과 여신이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을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예ㆍ적금 금리를 낮춰도 은행 수신은 계속 늘고 있지만 여신은 둔화 속도가 빠르다"면서 "여신이 둔화된다는 것 자체가 은행으로서는 자금운용이 쉽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1년간 기준금리가 25bp(1bp=0.01%포인트) 떨어졌는데 일부 여신금리는 75bp가량 하락했다"면서 "은행으로서는 갈수록 수익구조가 악화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그의 지적대로 은행은 '여신-수신'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은행의 총수신액은 1,214조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1,158조원이던 것이 1년 새 56조원이 늘었다. 대출은 같은 기간 47조원 증가에 그쳤다. 그렇다 보니 소위 잉여예금은 빠른 속도로 은행에 쌓이고 있다. 예컨대 올해 1월 114조2,070억원이던 예금초과액은 6월 말 현재 130조8,450억원으로 증가했다. 6개월 새 12.7%의 잉여예금이 늘어난 것이다. 시중은행의 자금담당 부장은 "금리를 낮추고 있는데도 예금은 늘어나고 있다"면서 "문제는 가계 대출규제 등으로 인해 자금운용이 여의치 않고 기업의 경우도 경기침체로 부실 가능성이 높아 무턱대고 대출을 늘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자 최근에는 과거 높은 금리에 대출을 받았던 고객들의 대출 갈아타기도 늘고 있다. 은행의 한 창구 담당자는 "3~4년 전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았을 경우 금리는 6% 중반대"라면서 "최근 4%대 주택담보대출이 늘자 이를 바꾸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최근에는 4% 중반의 장기고정금리 대출인 적격대출이 급격하게 늘고 있는데 대출자의 70%가량이 기존의 변동금리에서 적격대출로 갈아탄 것으로 주택금융공사는 분석하고 있다. 적격대출은 출시 6개월 만에 5조원을 돌파, 8월 말 현재 5조4,879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권은 예대마진의 추가하락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2008년 4ㆍ4분기에 2.47%였던 예대마진은 올해 2ㆍ4분기 현재 2.13%로 낮아졌다. 이익구조가 악화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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