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폰' '대박할인'
이동통신 3사의 대리점이나 판매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구다. 80~100만 원대의 스마트폰에 보조금을 얹고, 24개월 약정할인까지 더해 휴대폰 가격을 깎아주는 것처럼 속이는 대리점·판매점들의 상술이다.
앞으로는 이런 허위과장 광고가 사라지게 된다. 지난달 30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 보조금 공시를 골자로 하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안(단통법)'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이 법안은 국회 본회의 통과 후 10월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단통법의 핵심은 휴대폰 단말기별 출고가·보조금·판매가 공시 의무화다. 소비자들이 얼마의 보조금을 받는지 예측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단통법 시행으로 유통구조는 크게 바뀌게 된다. 예를 들어 86만 원대의 갤럭시 S5에 대해 보조금을 25만원 준다고 공시했다면, 갤럭시 S5의 실질적인 가격은 61만 원인 것이다. 판매·대리점 등으로 이어지는 휴대폰 유통구조를 잘 모르는 소비자, 이른바 '호갱'(호구 고객)에게 보조금을 한 푼도 지급하지 않고 약정할인을 휴대폰 할인처럼 속여 보조금을 '꿀꺽'하는 일이 사라진다는 얘기다.
통상 이통사들은 대리점이나 판매점에 휴대폰 판매를 위한 리베이트를 제공하며, 판매점 등은 이 가운데 일부를 보조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를 자신의 수익으로 남긴다. 때문에 소비자에게 보조금을 덜 지급할수록 판매점은 이익을 보는 구조였다.
단통법이 시행되면 보조금이 투명하게 공개돼 이른바 '보조금 사기'와 호갱이 사라지는 것이다. 각종 특별 할인을 틈타 약삭빠르게 과도한 보조금을 받아 챙긴 소비자 역시 사라진다. 소비자 차별이 상당 부분 해소된다는 얘기다.
'가격 부풀리기'의 온상이었던 제조사의 휴대폰 출고가도 인하될 공산이 크다. 보조금이 공개되는 만큼 보조금을 출고가에 미리 반영해 가격 부풀리기를 할 유인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소비자는 보조금과 요금할인 중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상당수의 고객들이 보조금보다는 요금 할인을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 일시에 보조금을 받기 보다는 휴대폰을 오래 사용하면서 요금할인을 지속적으로 받는 게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잦은 휴대폰 교체로 인한 부담이 적어진다. 반대로 제조사는 휴대폰 판매량 저하라는 악재를 피할 수 없게 된다.
단통법은 휴대폰 판매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호갱'을 상대로 이익을 취해 오던 상술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당수의 판매점과 대리점이 구조조정의 파고에 휘말릴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사는 밑질 것 없다는 분위기다. 요금할인 경쟁으로 수익성 악화 가능성이 있지만, 보조금 대란이 사라지면서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어서다. 다만 통신사별로는 희비가 다소 엇갈린다. SK텔레콤은 '환영' LG유플러스는 '우려'다.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은 경쟁사의 보조금 공격을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된다. 반면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는 보조금 경쟁의 여지가 사라지면서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단이 하나 사라지게 된다.
최남곤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단통법으로 소비자와 알뜰폰 업체들은 전반적으로 이익을 보는 반면, 제조사와 판매·대리점은 다소간이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능현 기자 nhkimch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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