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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만능주의에 빠진 애플] <상> 달콤한 독점놀음

잘 만든 앱도 1달러인데 특허 5개 40달러 요구… 도 넘은 '소송 전쟁'

제품 혁신·시장경쟁서 밀리며 특허괴물 행태 집착

자사엔 고액 로열티 내라면서 타사엔 인정 안해

특허소송 승소땐 휴대폰값 상승… 소비자에 부메랑


"애플이 염불(혁신기술)에는 맘이 없고 잿밥(특허공격)에만 정성을 쏟는다."

한 특허전문가의 지적이다. 특허는 기술의 공개를 조건으로 독점적 권리를 보장 받는다. 기술 발전에 공헌한 특허권자의 권리는 당연히 보호 받아야 한다. 문제는 정도껏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애플의 욕심이 도를 넘어섰다고 우려한다. 혁신제품과 시장경쟁에서 밀리면서 특허만능주의가 더 심해졌다는 분석이다. 그는 이어 "대기업은 물론 대응능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까지 일일이 찾아가 애플 또는 'i'라는 표현을 빼라고 윽박지르는 것은 글로벌 혁신기업의 모습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수만 개의 특허와 기술이 필요한 300달러짜리 스마트폰에 들어간 5개 특허에 대해 40달러를 요구하는 것 역시 지나친 욕심이라는 의견이 많다.

◇회사 이름에 '애플' 단어 쓰면 날벼락=미국 실리콘밸리와 캘리포니아 지역의 사업가들에게 '애플'이라는 단어는 일종의 금기어에 속한다. '애플'이 포함된 회사 이름을 쓰다가 날벼락을 맞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의 한 업체 대표는 "비즈니스를 잘하고 있던 회사가 소리 소문 없이 회사 이름을 바꾸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애플이 들어간 사명으로 사업을 하다가 애플 법무팀의 방문을 받고 이름을 바꾼 것"이라고 귀띔 했다. 그는 "소송에서 이길 수 있어도 비용 감당이 안 되고 애플이 비밀유지조항을 내걸어 어디다 하소연도 못한다"며 "이쪽 지역 사업가에게 애플이라는 단어는 머릿속에서 사라졌다"고 아쉬워했다. 'i'가 들어간 상품명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점점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미국의 김형진 변호사는 "맥도날드처럼 유명한 회사가 'M'자가 들어간 모든 로고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M'자를 독점하는 것은 큰 문제"라며 "보통명사인 애플과 'i'를 상호와 상품명에서 독점하고 사라지게 만드는 것도 한 회사에만 의미가 클 뿐 다른 이들의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애플 '내 특허는 대박, 남의 특허는 쪽박'=전문가들은 특허가치에 대한 애플의 이중잣대 역시 문제 삼고 있다. 애플은 지난 2012년 11월 미국 위스콘신주 서부지구 연방법원에서 진행된 모토로라와의 특허료 분쟁에서 패소했다. 모토로라의 복수 메뉴 선택 특허에 대해 "1달러 이상은 절대 안 된다. 0.6달러면 된다"고 주장했다가 기각됐다. 반면 2012년 11월 애플이 HTC와의 특허분쟁에 합의할 때는 특허 2개에 기기당 5달러 안팎의 로열티를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삼성전자와 새롭게 시작된 2차 소송에서 5개 특허에 대해 기기당 40달러, 총액으로는 20억달러(2조1,000억원)를 요구했다. 잘 만든 애플리케이션도 0.99달러 안팎을 지불하는 상황에서 과하다는 의견이 많다. 애플이 남의 특허에 대해서는 낮은 로열티를, 자신의 특허에 대해서는 높은 로열티를 주장하고 있는 대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애플의 무리한 특허료 요구를 시장에서 밀려나 특허전문회사(NPE·특허괴물)로 돌아선 노키아에 빗대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에브 에르리히 전 미국 상무부 차관은 최근 한 기고문에서 "아이폰 자체로는 특허가 없고 수많은 특허가 그 속에 들어간다"며 "그런데 그중 일부 특허로 과다한 합의금을 요구하거나 판매 금지조치를 내리는 것은 특허권 보호와 혁신 확산을 통해 경제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특허시스템의 균형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배심원들은 소비자들이 아이폰 대신 삼성폰을 택한 이유가 뭔지 분명히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리플 T 효과', 소비자 부메랑 우려=애플이 특허괴물(Troll)과 같은 행태를 보이며 핵전쟁(Thermonuclear war)에 버금가는 특허소송을 승소로 이끌면 애플 세금(Tax)폭탄이 소비자들에게 떨어질 수 있다는 이른바 '트리플 T 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삼성과의 2차 소송에서 법원이 애플의 주장대로 특허 5개에 대해 40달러를 인정한다면 스마트폰에 필수적인 다른 수만 개의 특허에 대한 가격도 재산정해야 하고 결국 휴대폰 가격은 껑충 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알 힐와 IDC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지난 1차 소송 배심원 판결에 대해 "아마도 큰 애플 세금이 생길 것 같고 휴대폰 가격은 더 비싸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제는 애플이 특허를 무기 삼아 달콤한 독점놀음에 빠져들수록 혁신적인 제품과 애플 제품에 열광하는 고객들은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형 투자은행인 바클레이스는 최근 애플의 투자의견을 '보유'로 낮추면서 "성장을 멈췄다"고 선언했다. "투자자로서 더 이상 매력을 잃었다"고 분석했다. 혁신과 함께 직원들도 떠났다. 애플 아이팟을 디자인했던 '아이팟 대부' 토니 패델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애플이 아닌 구글이 우리가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개발할 것"이라며 "애플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혹평했다.

이런 가운데 애플의 특허전쟁은 장기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특허전문가는 "애플이 삼성을 상대로 원하는 것은 경쟁에서 밀린 시장에서의 자존심 회복"이라며 "애플이 새로운 혁신제품 개발에 실패하고 삼성이 갤럭시폰을 계속 내놓는 한 3G에서 4G 스마트폰으로 소송은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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