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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의 '경제 감염' 사태를 차단하기 위해 긴급 백신을 투여했다. 수출이 뿌리째 흔들리는 가운데 내수까지 휘청이자 불안심리 확산을 막기 위해 사상 최저였던 기준금리를 1.5%로 추가 인하했다. 여기에 지난해 세월호 사건 때와 같이 금융중개지원대출을 동원해 서비스업 등 타격 업종을 지원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거시경제의 투톱 중 하나인 한은이 금리 인하 카드를 전격적으로 빼 들면서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가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화답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1일 한은은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1.75%에서 1.5%로 0.25%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이후 3개월 만의 인하로 금리는 지난해 8월부터 10개월 동안 1%포인트나 떨어졌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단기간·최대폭의 인하다.
이 총재는 금통위 직후 열린 브리핑에서 "메르스 사태의 파급 영향이 불확실하지만 경제주체들의 심리, 실물경제의 부정적 영향을 미리 완화하기 위해서는 선제 대응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수출이 생각보다 부진한데다 회복세를 이끌던 소비도 메르스로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며 "4월에 전망한 성장경로(올 3.1% 성장)상에 하방 리스크가 커졌다"고 평가했다.
가만히 있다가는 올해 성장률이 3.1%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뜻으로 사실상 다음달 수정 경제전망에서 성장률을 추가 하향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다. 이 총재는 "금융중개지원대출로 타격 업종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필요할 경우 바로 조치 취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통화당국이 경기부양을 위한 실탄을 먼저 쏘면서 이제 공은 재정당국인 정부로 넘어갔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이날 "메르스 사태 전개에 따라 경기보강을 어떻게 할지 결론을 내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2013년 5월과 중증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이 확산된 2003년 5월처럼 확실한 경기부양을 위해 추경을 병행하는 '폴리시믹스(policy mix·정책조합)'가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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