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쓰카 노부카즈 전 이와나미쇼텐 사장, 현 동아시아출판인회의 이사 "인터넷과 핸드폰에 익숙한 일본 젊은 세대의 심각한 활자 이탈 현상은 문화의 붕괴를 의미합니다. 한국은 일본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고 더 늦기 전에 독서부흥운동을 펼쳐야 할 것입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지성으로 불리는 출판사인 이와나미쇼텐의 전 사장이자 동아시아 출판인회의의 이사직을 맡고 있는 오쓰카 노부카즈(大塚信一ㆍ68) 씨가 자신의 책 '책으로 찾아가는 유토피아'(한길사)의 한국어판 출간에 맞춰 최근 방한했다. 책은 출판편집자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저자가 40년간의 경력을 바탕으로 인문학의 위기를 타개하기위한 제안을 담았다. 그는 도박성이 강한 게임인 파친코 산업이 일본 출판산업의 15배이상 규모로 커지는 경우처럼 사회의 균형이 깨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를 '책 읽지 않는 사회'에서 찾았다. 그는 "종이책이라는 매체는 읽으면서 사색할 수 있고, 또 한발 뒤로 물러나 다시 생각할 수 있지만 인터넷의 활자는 휘발성이 강해 사고를 차단시키고 만다"라며 "게임과 인터넷에 빠져드는 젊은 세대의 범죄율이 높아지는 것도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고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른 반성으로 일본에는 '활자문화추진협의회'가 결성되는 등 다시 책으로 돌아가자는 캠페인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에 출간된 그의 책은 일류의식이 팽배한 이와나미 출판사의 많은 편집자들을 자극하며 새로운 책을 만들었던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모험심이 부족한 내부 출판 경향에 반기를 들고 새로운 책을 선보인 저자의 고뇌가 잘 나타나 있다. 그는 일본의 출판계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자기계발서나 재테크관련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출판사는 이익창출을 위해 책을 만드는 곳이 아니라 인류의 지적 유산을 계승발전시킨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라며 "독자가 손에 든 한 권의 책으로 현실세계에서 짧은 시간 동안 다른 우주에서 살 수 있다면 그 순간이 바로 '유토피아'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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