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원 국민은행장은 지난 23일 외환은행 매각 우선협상자 계약을 체결한뒤 “국민은행이나 외환은행 인력을 감축할 필요성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은행가에는 국민은행과 외환은행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이 단행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돌아다니고 있다. 국민은행으로선 이제 막 다른 은행을 인수하려는 시점에 가장 민감한 문제를 건드리기 어려운 입장이지만, 구조적으로 합병의 시너지효과를 얻어내려면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외환은행 인수후 형성되는 이른바 ‘공룡은행’이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지 않고 견뎌낼 것인가. 쥬라기시대에 공룡은 몸집이 비대해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멸종했다는 것이 고고학계의 정설이다. 그렇다면 강 행장의 말대로 인력구조조정을 하지 않다가 2~3위 은행들이 몸집을 날렵하게 해 전쟁을 벌여올 경우 국민은행은 이른바 ‘승자의 재앙’을 겪을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다. 금융권에서는 국민은행이 통합후 인력구조조정을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외환위기 이후 은행 합병에서 인력 구조조정은 공식이 됐다. 가장 최근에 조흥은행이 신한에 인수된후 지난해초 대규모의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희망퇴직에 응하지 않은 인력은 서울 영등포 ‘특수영업팀’에 별도로 발령되는 불이익을 받았다. 국민은행의 임직원수는 2만6,273명, 외환은 7,258명에 이른다. 이중 후선지원부서 인원은 국민에서 3,300명, 외환은 1,700명에 달해 본사부문에서 중복업무에 종사하는 인력이 1,000명이상이 된다. 또 중복점포의 조정에서 유휴인력이 발생한다. 김기홍 국민은행 수석부행장은 “고객이 떠나는 폐해를 막기 위해 점포 폐쇄를 최소화하겠다”고 말한바 있다. 그러나 국민은행과 외환은행의 지점을 합치면 1,447개에 달하는데, 이중 적어도 5% 정도는 점포 중복이 발생한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실제로 국민은행 1,000개 지점 가운데 동일 행정구역(동단위)에 2개이상 점포를 보유한 지역이 전국적으로 77개에 달하고 해당 점포수도 200여개에 이른다.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또다른 이유는 두 은행 인력의 고령화 문제다. 지난해 11월 기준 국민ㆍ외환은행의 전체 인원에서 과장급 이상 책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43.0%, 45.8%로, 지난해말 대규모 진급을 고려하면 두 은행을 합친 책임자 비중은 업계 평균을 넘어선 46%선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외환은행의 임금 수준이 국민은행보다 높아 합병후 인건비 부담을 줄이는 방법으로 구조조정 이외에 대안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금융권에서는 인력 구조조정이 1년 뒤에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외환은행은 1년간 브랜드를 유지할 것이라고 약속된 만큼 합병 일정이 윤곽을 드러내는 시점부터 인력구조조정이 본격화한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다른 은행의 사례에서 보듯 노사합의를 통한 ‘희망퇴직’의 형태를 띌 가능성이 높다. 강 행장은 실제로 지난 해 2월 노사합의를 통해 희망퇴직을 실시한 경험을 갖고 있다. 한편 이와 관련, 국민은행 내부에서는 ‘역차별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기업금융과 해외영업, 외환부문 등 도매금융 부문에서는 외환은행 인력이 국민은행보다 우수하다는 평가가 있다. 게다가 강 행장이 외부 출신이기 때문에 기존 국민은행원과의 ‘채널 공감대’가 느슨하다는 점도 ‘능력’에 따른 발탁 가능성을 점치는 근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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