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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사나운 동물

09/23(수) 18:20하와이를 잘 아는 분한테서 들은 얘기다. 하와이의 어느 동물원에 가면 온갖 희귀한 물고기와 새·육상동물들을 볼 수 있다. 그 동물원의 한쪽 구석에는 「세상에서 가장 사나운 동물」이라고 써 있는 표지판이 있다. 이미 호랑이·사자 등의 사나운 맹수들을 다 보고 난 사람들은 모두 궁금해진다. 호기심이 발동한 사람들은 표지판을 따라간다. 이내 큰 장막으로 가린 곳이 나오고 조심스레 장막을 걷어올리면 사람들은 경악한다. 대형 거울이 나타나며 자신의 모습이 거울에 비치기 때문이다. 정말 가장 사나운 것이 사람일까. 돈 때문에 자식의 손가락을 자른 아버지 얘기로 온 나라가 큰 충격 속에 빠졌다. 돈의 위력이 얼마나 큰지, 자신의 몸보다도 인륜보다도 더 강하다는 것을 뼈아프게 보여주는 사건이다. 어찌 보면 돈이 사람보다 더 사납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모든걸 희생하며 억만금을 모아도 한번 부도가 나면 순식간에 빈털터리가 돼버린다. 또 죽음 앞에서는 아무런 쓸모도 없는 휴지조각으로 변해버린다. 류시화씨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이란 책을 보면 인도인 특유의 소유에 대한 인식이 보인다. 버스삯을 내지 못하고 있던 거지가 저자를 보자마자 뛰어와서 자기 버스삯을 내라고 우긴다. 「내 돈을 왜 당신한테 주느냐」고 했더니 『모자를 벗어 잠시 벽에 걸어놓는다고 해서 그 모자가 벽의 소유라고 할 수 있겠는냐. 당신의 돈 역시 잠시 당신에게 머물렀을 뿐 당신 소유가 아니다』고 강변한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물질을 소유하는 것은 참말로 순간이다. 언젠가는 소유한 모든것이 다 남의 것이 되고 만다. 만일 소유하고 있는 것을 지금 남에게 준다면 베푸는 것이 나의 것이 되지만, 죽은 다음에 남에게 주어진다면 베푸는 것은 남의 것이 되고 마는 것이다. 일전에 경남 보령에서 들꽃마을을 운영하는 최비오 신부가 『먹이사슬이 존재하는 이유는 내가 남을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남에게 나를 주기 위한 것』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자연은 스스로 실천하며 가르친다. 지금 많은 나라가 고통받고 있는 이 경제난국을 해결하려면 여유있는 나라들이 소비를 대폭 늘려주는 것이 유일한 길이라고 경제학자들을 말한다. 나눔은 더불어 사는 것을 가능케 하고 더불어 사는 것만이 평화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지금 가치관의 혼돈 속에서도 꽃동네·들꽃마을을 운영하며 버려진 사람들을 돌보는 고귀한 사랑이 있고 남모르게 베푸는 따뜻함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사나운 동물이면서 또 가장 따뜻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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