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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림잡아도 1,240兆대… "나랏빚 경각심 일깨우는 계기로"

[국가부채 불편한 진실]<br>새 기준에도 부실폭탄 LH등은 빠져… 국민연금 책임준비금 부족액도 제외<br>정부, 숨은 부채 과감히 밝히고 재정건전성 확보 방안부터 마련해야


올해 1월 정부는 새로운 재정통계 기준을 소개하는 공청회를 열었다. 새 기준의 골자는 국가채무를 계산할 때 282개 공기업 중 145개 공기업의 부채도 포함시키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동안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1986년에 제시한 기준을 써왔는데 이를 보다 최신판인 2001년도 기준으로 변경한 것이다. 이는 정부가 발표한 국가부채 규모가 실제보다 축소, 발표돼왔다는 일부 투자자들과 시민단체ㆍ학계의 지적을 수용한 조치였다. 새 기준이 적용된 결과는 2011년도 정부의 결산회계에서부터 적용돼 내년 5월께 처음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진짜 부채규모는 어느 정도나 될까.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9월 우리나라의 국가부채 규모가 사실상 1,848조4,000억원(지난해 기준)에 달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는 정부가 발표했던 부채규모가 2010년 기준으로 392조8,000억원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충격적인 수치가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정부는 주로 국채나 차입금, 국고채무부담행위, 지방정부 부채 등만을 기준으로 삼은 협의의 국가부채를 발표해왔다. 반면 이 의원은 공기업과 준정부기관ㆍ국민연금 등의 공적연금 책임준비금 부족액, 한국은행의 외화부채, 통화안정증권 등을 모두 넓은 의미의 국가부채로 간주한 것이다. 이를 보다 보수적으로 잡아도 1,240조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금융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는 ▦정부 부채 392조8,000억원(지난해 말 기준) ▦비금융 공공기관 부채 353조원(올 6월말 한은 발표 기준) ▦금융 공공기관 부채 326조4,000억원(지난해 말 기준) ▦통화안정증권 169조원(7월 말 기준) 등을 포괄한 수치다. 이에 앞서 정부가 새 회계기준을 도입해 145개 공기업을 국가부채 산정 범위에 포함시키기로 연초에 발표한 것도 공기업 등의 부채가 심각한 수준이어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신의 국제회계기준에 따름으로써 우리나라 살림자료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자는 의지도 담겨 있다. 하지만 정부의 새 기준이 아직 만족스럽지 않다는 게 학계와 시민단체의 지적이다. 정부의 새 기준을 적용해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수자원공사와 같은 '부실폭탄' 등은 제외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국민연금 등의 책임준비금 부족액 등이 빠진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물론 이에 대해 정부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IMF의 회계기준인 'GFA'는 국민연금처럼 지급시기 등이 불확실한 사회보장급여를 부채로 잡지 말도록 원칙을 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어느 나라도 공적연금 등을 국가부채 항목에 넣지 않는데 우리만 넣으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공연히 넣지 않아도 될 부채규모만 키워 해외 투자가들로부터 오해를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재정부는 LH 등이 새 국가채무 산정에서 제외된 것 역시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르다 보니 빚어진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정부의 새 회계기준은 공기업이 서비스나 상품 등을 팔아 생긴 매출액이 생산원가의 50%를 넘어서면 민간 부문으로 분류해 해당 공기업의 빚을 국가부채로 산정하지 않도록 하고 있는데 이 역시 IMF 등의 회계원칙에 기초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정부가 글로벌 스탠더드를 핑계 삼아 아직도 눈덩이처럼 불어난 국가부채의 '불편한 진실'을 숨기려 한다는 지적은 적지 않다. 금융권의 한 전문가는 "해외 투자가들이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 여부를 잴 때 따지는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이 북한 문제와 공기업 부채"라며 "물론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이 매우 양호한 편이지만 일단 수치상으로 갑자기 국가부채 규모가 커지면 아무래도 해외 투자가들에게는 부정적 신호로 간주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IMF는 내년도 우리나라의 정부 채무비율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30%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지만 만약 공기업 및 공적연금 등을 모두 산정해 잡을 경우 그 비율은 100%를 넘어갈 수 있다. 이는 IMF가 내년도의 GDP 대비 부채비율로 추정한 이탈리아의 121.4%에 근접한 수준이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정부가 당장 민감하다고 국가부채를 제대로 드러내지 않는 것보다는 진실을 과감히 알리고 재정건전성 확보 의지를 다시금 다지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올 초에 발표한 대로 새 회계기준에 따라 국가부채를 산정하되 그와 별도로 LH 등 주요 공기업을 추가하는 방식의 국가부채 수치를 보조지표로 발표하면 글로벌 스탠더드도 따르면서 국민에게 나랏빚에 대한 경각심을 함께 키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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