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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보 보증 대출 축소 "中企 지원, 보호서 경쟁력 강화로"

한계기업 구조조정 한파 몰아칠듯


정부가 중소기업에 대한 보증 축소를 천명하고 나선 것은 단순한 '보호' 차원에 머무르던 중소기업 정책방향을 강도 높은 '옥석 가리기'로 전환하겠다는 근본적인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상 중기 대출 분야에서는 출구전략이 시행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따라 과거와 같이 '퍼주기식' 지원시대는 막을 내리고 한계기업은 더 이상 생존하기 어려운 구조조정의 한파가 휘몰아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업들도 이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살아남기 힘든 만큼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통해 자생력을 키워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몰리게 됐다. 하지만 웬만한 중소기업도 보증 없이 은행 문턱을 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률적으로 목표치를 정해 무리하게 보증 축소를 강행할 경우 유망기업들이 뜻하지 않게 문을 닫는 사태도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허경욱 기획재정부 차관은 24일 "이제 중소기업 장려 방법을 달리 해야 할 때"라며 "단순히 보호할 것이 아니라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지목한 방법이 보증 비중 축소다. 특히 정부는 보증 비중을 금융위기 이전 수준인 6%선이 아니라 국제통화기금(IMF)이 권고한 3%선까지 낮춤으로써 중기 대출보증 축소를 금융위기 이후의 '출구전략' 차원이 아닌 본격적인 구조조정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허 차관은 "보증은 어디까지나 보조장치"라며 "시장이 실패한 상황이나 대출능력이 없는 신흥기업, 벤처기업 등에 대해서는 보증이 필요하지만 업력 10년이 넘는 기업들이 여전히 보증지원을 받는 부분은 줄여나가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라는 정부의 명목에 대해서는 이견의 여지가 없지만 문제는 보증 축소가 중소기업에 대한 급격한 대출 위축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지난달 말 현재 금융권의 중소기업 대출잔액 440조원 가운데 13% 수준인 57조원이 신용보증기금 등 정부보증을 바탕으로 이뤄진 점을 감안할 때 정부의 장기적인 보증 축소 방침은 중소기업계에 큰 타격을 예고하는 것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100% 보증서를 갖고 와도 은행권에서 대출을 꺼리는 상황에 보증이 줄어든다면 영세기업은 자금을 지원 받기 어려울 것"이라며 "어떤 형태로든 기업 대출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은행창구에서는 이미 금융당국의 건전성 강화 조치로 인해 자금심사 과정이 한층 깐깐해지고 있으며 보증기관도 신규보증을 크게 줄이는 대신 기존 지원분에 대한 리스크 관리에 주력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에 대해 "앞으로 경기지표가 좋아지면 보증 없이 신용대출을 받는 중소기업도 많아질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국내 금융관행상 은행권이 안전망 없이 중소기업들에 선뜻 돈을 내주기는 어렵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홍순영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004년 이후에도 IMF의 권유로 정부가 보증 축소에 나섰지만 보증 없이는 대출 자체가 안 되는 시스템 속에서 지속적으로 보증 비중을 줄여나가지는 못했다"며 "현재 국내 금융시스템에서 보증 비중을 선진국 수준에 맞추려 할 경우 대출 감소로 인해 실물경제에 큰 충격이 가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정부 보증규모의 적정수준에 대한 논란도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3%'라는 보증 비중 목표치는 IMF의 보증축소 권고안을 기준으로 제시된 것이다. 2004년 당시 IMF는 중소기업에 대한 보증비율을 50%까지 낮추고 5년간 매년 GDP의 1%씩 보증규모를 줄여나갈 것을 제안했었다. 이에 따라 당시 정부는 연간 1조원씩 보증 축소에 나서기로 방침을 세웠지만 국내 주요 보증기관인 신보와 기보의 보증잔액 추이를 보면 정부의 당초 계획대로 지속적인 보증 감축은 이뤄지지 못했다. 금융환경과 시장 수급에 맞지 않는 정책이 벽에 부딪친 결과였다. 홍 연구위원은 "보증 없이도 대출이 이뤄지는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는다면 보증 축소에는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며 "보증 비중으로 어느 선이 적정할지는 누구도 말할 수 없지만 몇 년 전 IMF 권고에 따랐다면 상당수 기업들은 문을 닫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업계에서는 최근 정책당국에서 잇따라 제기하는 중기정책의 방향 전환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장기적으로 기업의 자생력을 높여야 한다는 구조조정 원칙에는 공감하지만 아직 경기회복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무리한 자금줄 조이기나 지원제도 축소 등이 이어진다면 업계 전반의 심각한 경영난을 빚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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