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포럼 2015'에 맞춰 서울경제신문 과학기술자상 수상자를 대상으로 '한국의 과학기술에 대한 진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한국의 과학기술은 세계 과학계와 비교하면 중상위권(76.1%)으로 분석됐다. 한국의 과학기술 역사가 짧지만 그래도 국내 유력 과학자들은 우리의 과학기술 수준을 중상위권으로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아직도 갈 길이 먼 만큼 정부는 물론 민간기업이 힘을 합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냈다.
한국의 과학기술이 세계 최상위권에 도달하지 못한 이유를 묻지 정부의 연구개발(R&D) 투자계획과 집행의 비효율성을 지적했다. 이어 선진국 대비 작은 투자 규모, 정부 주도의 실적 위주 투자, 연구환경 인프라 부족, 융합과학에 대한 투자 미흡, 과학계 근성 부족 등을 이유로 꼽았다.
국내 과학기술이 세계 최정상으로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가장 시급한 개선책도 물어봤다. 과학자들은 '정부의 과학정책이 단기성과 위주로 추진되는 것을 타파해야 한다'는 대답이 절반이 넘었다. 정부가 국가예산 투입이라는 명분 아래 지나치게 간섭하고 보여주기식 단기성과를 올리려는 조급함을 버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과학정책을 총괄하는 당국자가 장기적 안목으로 과학기술 수준을 끌어올리려 하기보다 눈에 보이는 단기성과를 도출하려고 해 오히려 한국 과학기술의 지속적인 발전에 저해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응답으로는 부처 이기주의 타파와 연구비 배분의 불공정성 해소,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원천소개 개발을 위한 장기 프로젝트 추진, 과학정책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 등으로 나타났다.
한국이 선진국과 비교해 가장 취약한 과학 분야로는 기초과학 분야(66.6%)를 꼽았다. 이어서 신소재·화학(19.9%), 바이오(9.5%), 기타(4%) 순이었다. 정부나 과학계가 단기성과에 급급해 응용과학에 집중하다 보니 한국의 과학기술이 기초과학 분야에 매우 취약하다는 단면이 국내 유력 과학자들의 뇌리에도 잠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국의 과학기술이 진일보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의 시발점인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정부의 집중적인 투자와 효율적인 관리가 시급하다는 의미다.
한국의 미래 먹거리 분야로는 정보기술(IT) 분야의 높은 경쟁력을 살려 정보통신기술(ICT)의 지속적 투자와 개발(42.8%)에 대한 대답이 가장 많았다. 신소재·화학 분야(23.8%), 바이오(19.0%), 기타(14.4%) 순으로 조사됐다.
한국이 가장 경쟁력 있는 분야는 ICT라는 응답이 85.7%로 가장 많았다. 바이오와 IT 기반의 융합과학 분야가 뒤를 이었다. ICT 분야가 차세대 먹거리로 꼽힌 것은 ICT는 블루오션 분야로 이미 세계적으로 최상위권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지속적인 투자로 경쟁력을 지속시킬 필요가 있다는 이유다. 이 밖에 ICT는 짧은 연구기간과 적은 투자로 기존 산업에 엄청난 파괴력을 갖는 과학 분야로 ICT 기반의 융합기술을 선점하면 차세대 먹거리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한국 과학기술의 장점을 고려해 롤모델로 따를 만한 과학기술 투자·집행·환경을 갖춘 국가로는 미국(38.0%)을 가장 선호했다. 독일(23.8), 일본(19.0%), 중국(14.2%), 네덜란드(5%)가 뒤를 이었다. 롤모델로 미국을 선호하는 이유는 원천기술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장기 프로젝트 추진, 연구개발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이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크게 작용했다.
'세계 최상위 과학기술을 보유한 미국을 100점으로 한국의 과학기술은 어느 정도냐'는 질문에는 응답자 절반가량인 47.6%(10명)가 70점이라고 답했다. 다음으로 80점이라는 응답자는 23.8%(5명)였고 90점 이상은 2명, 60점 이하는 4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70점 이하 응답자가 14명으로 국내 주요 과학자들은 미국과 비교해 한국의 과학기술 수준은 아직 현저히 떨어져 있다는 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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