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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여일간 네 차례나 임금인상 관련 발언을 쏟아낸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경제단체 수장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최 경제부총리는 '적정 수준의 임금인상'을 공식 요청했지만 재계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내비쳤다. 가뜩이나 우리 기업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는 마당에 임금인상으로 경쟁력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지만 당분간 임금인상을 놓고 정부와 기업 간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 경제부총리는 이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 5단체장과의 간담회를 각 단체장에게 축하인사를 건네는 것으로 시작했다. 지난달 대한상의와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수장이 유임됐고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각각 새로운 회장이 임기를 시작했다.
덕담으로 시작했지만 최 경제부총리는 곧이어 임금인상 관련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소비·투자 등 내수의 회복 모멘텀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가급적 적정 수준의 임금을 인상해 소비가 회복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다만 기재부 측은 임금인상은 기업의 자율에 맡긴다며 선을 그었다. 민감한 사안인 만큼 논란이 커질 수 있는 여지를 없앤 것이다.
최 경제부총리의 요청에 재계는 예상대로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임금인상과 가계소득 증대를 통해 소비를 활성화한다는 정부의 정책 취지는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임금은 한번 올리면 잘 내려가지 않는 하방 경직성이 크기 때문에 (인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은 미국과 달리 내수 시장이 협소하기 때문에 소비촉진도 중요하지만 임금인상으로 가격 경쟁력이 약해져 수출이 둔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임금을 올리고 일자리 창출까지 나서야 하는 것은 모순되는 주문이라는 게 재계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박 회장은 초미의 관심사인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서는 "장기적 마스터플랜을 통해 인상해야 한다"고 잘라 말하며 "(정부가) 최저임금 정책을 쓰더라도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동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경제부총리는 임금인상이 어렵다면 동반성장을 위해서라도 협력업체에 적정한 대가를 지급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특히 대기업들은 당장 임금인상이 어렵다면 협력업체에 적정 대가 지급 등을 통해 자금이 중소 협력업체에 흘러들어 갈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를 위해 이번 간담회에서는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도 함께 배석했다.
법인세 인상 논란과 관련해서는 최 경제부총리와 재계가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최 경제부총리는 그동안 정치권 일각의 법인세 인상에 대해 세수효과는 적고 경기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왔다. 최 경제부총리와 5단체장들은 법인세 인상보다는 재정 효율화나 비과세 감면 축소 등을 통해 실질적 효과를 얻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다만 재계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규제개혁에 박차를 가해달라"고 요청했다.
최 경제부총리는 또 "무엇보다 청년 취업을 위해 힘써달라"면서 △30조원 규모의 기업투자촉진 프로그램의 적극 활용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계기로 한 외국인 투자 유치 △민간투자사업 적극 참여 등을 재계에 주문했다. 노동시장 구조개혁과 관련해서는 "사회적 대타협이 이뤄질 수 있도록 경제계에서도 양보하고 고통을 분담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박병원 경영자총연합회장은 "(노동시장 구조개혁) 우리 혼자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라며 "노총의 협조를 얻는데 정부가 적극 도와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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