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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과제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바탕으로 한 능력 중심의 채용문화 확산이다. 과도한 '스펙'을 넘어 해당 업무에 대한 역량만 갖춘다면 공정한 경쟁을 통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취업전쟁'으로 불리는 고용시장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한 고용 세습은 이를 정면으로 역행하는 모습이다. 단체협약에 불합리한 요건을 넣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연봉과 복리후생을 누리는 대기업의 좋은 일자리를 특별한 이유 없이 대물림한다는 것은 국민들의 눈높이에도 전혀 맞지 않는 부분이다. 고용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능력과 관계없이 특혜를 받는 잘못된 관행은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 일자리 대물림은 지난 1970~1980년대 실업자가 거의 없던 완전고용 시절 기업들이 충성심 강한 양질의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만들게 됐다. 이른바 '철새'라고도 불리는 근로자들을 붙잡는 것이 기업의 1차 과제였는데 대를 이어 취직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가장 좋은 방편이었기 때문이다. 즉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어 양질의 일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취업경쟁이 격화된 현대 노동시장에서는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운 과거의 유산이라 할 수 있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자신이 근무했다고 물려주는 건 불공정한 계약"이라며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일자리에 청년들이 갈 수 있는 영역이 더욱 줄어드는 등 부작용이 크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단체협약의 경우 기본적으로 노사가 합의한 사안, 다시 말해 일종의 계약이어서 법적으로 무효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현재 700개 기업 중 30%나 적용하고 있는데 개선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이정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고용 세습은 법 위반이라기보다 도덕적인 잣대로 봤을 때 문제가 있는 부분인데 사회적으로 위화감을 조성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그 정도 대기업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윤리적 수준은 많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나마 공적 업무를 수행하고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에 대해서는 정부가 직접 나설 여지가 있다. 양창영 새누리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서울대병원과 서울메트로 등 35개 공공기관에서 전·현직 임직원들의 자녀들을 특별채용하거나 공개채용시 우대하는 고용 세습 조항을 갖고 있는데 정부는 이들 공공기관의 불합리한 단체협약 조항은 개선해나간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그런데 민간 기업의 경우 기득권을 내려놓는 노조의 전향적인 태도가 없으면 이를 시정할 뾰족한 수단이 없는 게 현실이다. 사회정의에 반하는 세태에 대해 자발적인 개선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정규직 과보호의 상징이 되고 있는 단체협약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 노동시장 전문가는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을 노사 모두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사회통념에 비춰 종합적이고 균형 있게 기준을 정립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더불어 단체협약을 빌미로 파업을 한다거나 교섭에서 성실하게 하지 않는 행태를 떨쳐버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기업들의 단체협약을 보면 고용 세습뿐만 아니라 투자를 비롯한 경영권이나 인사권을 침해하는 독소적인 내용도 상당수 차지한다. 이러한 이유로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한국 노사관계 경쟁력은 144개국 가운데 132위로 최하위권이다.
다만 산업재해로 사망하거나 장애를 입은 가족에 대해 가산점을 주는 부분에 대해서는 일부 논란이 있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회사에 기여를 하다 과로나 질병으로 목숨을 잃거나 다친 근로자의 가족에게 생계유지를 위해 보상을 하는 건 크게 불합리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실제 고용 세습과 관련된 단체협약을 맺은 사업장에서 이러한 사례를 보기는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런 조항을 유지하고 있는 사업장은 노조의 힘이 센 대기업이지만 정작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곳은 대부분 중소기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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