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문경영인의 절반이 재임 1~2년 만에 퇴출되는 등 단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오너 경영인의 평균 재임기간은 9년이나 돼 최고경영자(CEO)간에도 양극화가 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최근에는 오너와 전문경영인이 협력해 대표이사 역할을 하는 이른바 ‘소유+전문’ CEO 시스템이 늘고 있으며, 이들 기업이 오너 기업이나 전문경영인 기업보다 훨씬 좋은 실적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한국 CEO 시스템의 진화’ 보고서에서 지난 86년부터 2004년까지 증권거래소 519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CEO 유형, 교체상황, 성과 등을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확인했다고 9일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 현재 오너 경영인과 전문경영인의 평균 재임기간은 각각 8.7년, 3.5년으로 오너 경영인의 재임기간이 2.5배가량 길었다. 특히 전문경영인의 경우 34%가 1년 만에 중도 하차했고, 약 절반이 2년 안에 물러난 것으로 조사됐다. CEO 교체율은 19년간 연평균 20%를 약간 웃돌았다. 매년 CEO 10명 가운데 2명꼴로 자리가 바뀐 셈이다. 이는 세계 2,500개 기업의 2004년 현재 CEO 교체율 14.2%보다 높아 우리나라 CEO들이 단명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오너 경영인의 교체율은 외환위기를 전후로 18%까지 상승한 뒤 15~17%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전문경영인의 경우 외환위기로 98년 41%로 치솟은 후 29~34%선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CEO 시스템 형태는 2004년 현재 오너 CEO, 전문 CEO가 단독 경영하는 기업이 각각 37.1%와 18.4%, 소유+전문 CEO 체제가 44.5%를 차지했다. 87년 오너 CEO, 전문 CEO, 오너+전문 CEO 기업이 각각 45.3%, 14.4%, 40.4%였던 것과 비교해 소유+전문 CEO 체제를 채택하는 기업이 늘어난 반면 사주가 경영까지 도맡는 소유 CEO 단독 체제는 크게 줄었다. 상장기간이 길고 기업 규모가 클수록 소유+전문 CEO 시스템의 비중이 높았다. 연구소는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지속 성장을 위해 오너 경영인이 전문역량과 지도력을 갖춘 전문경영인을 제2의 CEO로 영입하거나 내부 임명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CEO 시스템별 2000~2004년 매출액 연평균 성장률은 ▦소유 CEO 3.86% ▦소유+전문 CEO 5.22% ▦전문 CEO -0.2% 등으로 소유+전문 CEO의 성과가 가장 좋았다. 이번 조사에서는 2004년 현재 조사 대상 상장사의 49.4%가 2명 이상의 CEO를 둔 복수 CEO 체제를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우란 수석연구원은 “우리나라 기업의 경우 CEO 교체는 많으나 CEO 시장은 활성화되지 못했다”며 “외부에서 CEO를 영입하는 것은 주로 소규모 기업에서 활용될 뿐 매출규모가 일정 정도 이상인 기업들은 주로 내부에서 양성된 CEO를 선호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너 경영인과 전문경영인이 협력하는 ‘소유+전문 CEO’ 시스템은 기업환경 변화에 적응한 진화의 산물”이라며 “오너 경영과 전문경영의 장점을 적절히 조화시켜 긍정적 효과를 창출하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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