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 코스닥시장에서 기업공개(IPO)를 하는 미국 기업이 크게 늘어날 것입니다."
김재준(52·사진) 한국거래소 코스닥위원회 위원장은 1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기업이 한국 증시 상장에 관심이 많다고 소개했다.
김 위원장은 "올 상반기에 미국에서 상장 유치 설명회를 해보니 현지 기업들이 한국 증시 상장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며 "현지 기업을 코스닥시장으로 적극적으로 유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상장에 관심을 보이는 현지 기업 25개사 명단을 이미 확보했으며 기업 풀을 50개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코스닥에는 15개의 해외 기업이 상장돼 있다. 이 가운데 미국 기업은 2곳에 불과하다. 중국 기업이 11곳으로 대부분이고 일본 기업과 라오스 기업이 각각 2곳과 1곳 있다. 올해도 상장심사를 청구한 미국 기업은 아직 없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내년에는 미국 기업의 상장이 늘어날 것으로 확신했다.
김 위원장은 "오는 10월부터 미국 동서부를 횡단하면서 현지 기업을 대상으로 상장 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라며 "특히 바이오 기업들이 상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바이오 기업들이 한국 증시 상장을 매력적으로 느끼는 것은 지난해 상장한 미국 바이오 기업 엑세스바이오의 성공 스토리 덕분이다. 김 위원장은 "엑세스바이오가 코스닥에서 자금을 조달해 에티오피아 말라리아 진단시약 개발과 미국 공장 설비 자동화 등 기업 확장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코스닥의 바이오 분야 주가수익비율(PER)이 나스닥·홍콩·싱가포르보다 더 높다는 것도 매력적인 요소"라고 말했다. "코스닥이 상대적으로 자금조달 비용이 적게 들면서 기업 가치는 높게 평가받으니까 미국의 바이오 기업이 우호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내 한상기업도 유력한 상장 후보군이다. 김 위원장은 "미국에서 기업을 일궈 성공한 교포 중에 고국에 상장하려는 분들이 많다"며 "한국에 상장한 뒤 아시아로 영업망 넓히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미국 기업을 유치해 새로운 얼굴을 선보이려는 이유는 코스닥을 떠난 투자자들의 발길을 돌리기 위해서다. 코스닥 거래대금은 지난 2011년 7월 2조5,000억원에서 올 7월 현재 2조2,000억원 규모로 감소했다. 투자자들이 점점 코스닥 투자를 꺼리고 있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투자자들이 시장을 떠나고 거래도 줄고 있는 이유는 새로운 투자상품이 없기 때문"이라며 "증시에서 상품은 상장기업이기 때문에 앞으로 매력적인 신상품을 계속 발굴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시장 안정화를 위해 외국인과 기관투자가 유치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말 코스닥시장의 외국인과 기관투자가 비중은 각각 11%에 불과하다. 시장 참여자 대부분이 개인투자자들이다 보니 장기적인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각종 테마에 따른 유행성 투자가 반복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외국인과 기관의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코스닥 선물옵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현재도 코스닥 스타 선물이 있지만 투자 매력이 떨어져 거래가 거의 되지 않고 있다"며 "투자자들에게 필요한 코스닥 개별주식 선물옵션을 만들어 외국인과 기관이 투자할 때 헤지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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