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증권선물거래소에서 열린 포스코의 3ㆍ4분기 기업설명회. 영업이익 1조원이란 선물을 들고 투자자들을 만난 포스코 경영진들의 얼굴은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내수침체에다 북핵실험이라는 대형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내년 경영계획을 낙관할 수 만은 없기 때문. 이날 포스코는 내년 투자금액을 올해보다 축소하고 내년에도 원가 절감을 통해 1조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재계가 유엔의 대북 제재안 발동으로 전사적인 차원의 ‘리스크 경영’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당장 경영기조를 바꾸지는 않더라도 다양한 국내외 상황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대응태세를 갖춰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신규투자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운영하고 내부적으로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모습도 눈에 띄고 있다.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하라=삼성그룹은 북핵 문제의 향후 전개방안을 두고 3가지 정도의 시나리오를 상정해 내년도 사업계획에 반영하고 있다. 최악의 상황까지도 고려하겠다는 셈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북핵문제는 자체적으로 대비 할 수 있는 위험요소가 아니다”며 “향후 있을 수 있는 상황에 따라 마련하겠지만 아직까지 내년 사업계획을 전면 재수정하거나 연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북핵사태에 따른 소비와 투자 위축을 우려하며 사태 진전 추이에 따라 경영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것으로 내다보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북핵사태의 향방에 따라 수출에 직ㆍ간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만큼 해외 시장 반응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수출관련 중역회의를 잇따라 개최하고 각 해외 지역본부를 통해 시장별 상황을 주시하는 등 수출 상황을 수시로 체크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북핵사태에 따른 사업계획이나 비상계획, 특별지시 등은 현시점에서 검토된 바 없지만 국제정세와 경제 상황을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보수경영 기조 불가피할 듯=북한 핵실험의 여파가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지 예단하기 힘든 상황인 가운데 기업들은 내년 경영계획을 일단은 보수적으로 잡고 있다. 어차피 국내외 경영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북핵위협까지 어우러져 공격경영을 외치긴 어렵기 때문이다. SK그룹은 계열사별로 내년도 사업계획 초안을 마련하던 중 북핵이라는 초대형 변수가 발생함에 따라 이로 인한 영향 등을 별도로 분석, 초안을 다시 가다듬고 있다. 특히 최태원 회장은 계열사별로 북핵 파장이 사업 현안에 미칠 가능성에 대해 점검할 것을 긴급 지시했으며 SK경영경제연구소는 관련 보고서를 작성해 최 회장을 비롯한 최고 경영진에서 즉각 보고하고 있다. LG 또한 계열사별로 내년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있지만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여파로 쉽게 내년 사업계획을 내놓기 어려운 실정이다. ◇ 재계 행사에도 파장=유엔의 대북 제재 조치는 재계의 각종 행사 등에도 영향을 비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ㆍ러 재계회의’(17일ㆍ서울), ‘한ㆍ중ㆍ일 비즈니스 포럼’(19~20일ㆍ중국 장춘), ‘한ㆍ일 재계회의’(11월 23~24일ㆍ서울) 등 각종 국제 회의에 참석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베트남에서 각각 최고경영자(CEO)회의를 여는 금호아시아나그룹(24~28일) 및 SK그룹(30일~11월 1일), 다음달 1~3일 ‘세계 조선수뇌부회의’를 부산에서 주최하는 조선공업협회도 북핵 여파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제 회의의 경우 어떤 형태로든 북핵 문제가 거론될 수밖에 없어 부담이 될 수 밖에 없고 해외 행사도 경영진이 대부분이 자리를 비우는 게 고민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각 기업들의 3ㆍ4분기 IR도 실적보다는 북핵 파장이 이슈가 될 수 있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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