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 공장 신설을 계획하고 있는 A사의 B사장은 요즘 지방정부 규제 때문에 사업할 맛이 나지 않는다. 중앙법령에 맞춰 서류를 제출했지만 지자체에서 조례ㆍ규칙 등을 제시하며 상위법에도 없는 기부채납을 요구해 피 같은 돈을 빼앗기게 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현직 공무원과 퇴직 공무원이 지방규제를 고리로 부적절한 커넥션을 형성해 기업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B사장은 "퇴직 공무원들이 운영하는 대행업체를 통해 공장 인허가를 받는 데 투자금의 10%가량인 수억원을 요구했다"면서 "담당 공무원에게 수많은 인허가 도장을 받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 울며 겨자 먹기로 대행업체에 돈을 줄 수밖에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막무가내식 지방규제가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23일 서울경제신문이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ㆍ규제개혁위원회 등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중앙정부의 규제 1건이 생길 때마다 지방규제가 60건꼴로 파생돼 중앙규제 하나가 60배가량의 지방규제를 낳는 승수효과가 생겨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들의 실제 투자집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지방정부의 규제 건수는 5만여건에 육박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등록된 지자체 규제는 지난 2011년 2만8,892건, 2012년 3만7,607건에 이어 올 들어 9월13일 현재 4만9,783건으로 증가했다. 이 가운데 규제로 볼 수 없는 조항도 있지만 총량 기준으로 최근 3년 사이 매년 30% 이상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중앙부처 규제 건수도 2011년 1만4,017건에서 2012년 1만4,865건, 2013년 9월13일 현재 1만5,045건 등으로 증가하고 있다. 총량 기준으로는 최근 9개월 동안 중앙규제가 180건, 지방규제는 1만2,176건 늘어 중앙정부 규제 1건 증가당 지방규제가 대략 60여건 이상 증가한 셈이다.
지방정부 규제의 상당 부분이 중앙정부 규제 법령에서 자치단체에 위임한 것이라는 점에서 중앙정부 규제가 지방정부 규제를 폭발적으로 늘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전경련 고위관계자는 "중앙정부의 규제법이 많아질수록 지방정부 규제는 이보다 몇 배 더 늘어난다"며 "문제는 지방정부의 경우 지방 공무원의 자의적 판단 등 보이지 않는 규제까지 더해 기업들을 괴롭히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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