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기업의 사찰 파문을 계기로 현정부의 파행인사가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이명박 정부 들어 4년3개월 동안 금융지주나 시중은행 사외이사로 선임된 207명 중 MB 측근 또는 범MB계나 정부 인사에서 내려간 사외이사가 73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시중은행 전체 사외이사의 3분의1 이상이 '낙하산 인사'로 채워졌다는 의미인데 은행의 감시체제에 심각한 구멍이 존재함을 짐작할 수 있다.
서울경제신문이 14일 국내 5대 금융지주(KBㆍ우리ㆍ신한ㆍ하나ㆍ농협)와 7개 시중은행(KB국민ㆍ우리ㆍ신한ㆍ하나ㆍ농협ㆍ외환ㆍ기업), 외국계 2개(SCㆍ씨티), 지방 4개(부산ㆍ광주ㆍ경남ㆍ대구) 등 18곳을 조사한 결과 지난 2008년 2월부터 올 4월 말까지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된 사람은 207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청와대 비서실 출신은 KB금융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배재욱 전 대통령 민정수석실 사정비서관을 비롯해 모두 7명이었다. 총리실이나 산하 위원회 출신 가운데도 하나금융 사외이사인 최경규 전 국제개발합력위원회 위원 등 2명이 있다.
과거 한나라당이나 현 새누리당 당적을 가진 사람도 6명이나 됐다.
관계 출신은 41명으로 MB 인맥이 광범위하게 시중은행에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선거캠프에서 활동했거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자문위원으로 일했던 법조계와 학계 인사 등 범MB계 인맥 15명도 은행 사외이사 자리를 꿰찼다.
역대 정부 중 가장 화려한 낙하산 인사를 자랑하는 현정부의 '인맥정치'가 시중 은행권에서도 예외는 아니라는 의미다.
특히 시중은행 사외이사는 물론 경영층 상당수에 이 대통령의 측근인사 주변인물이나 선거과정에서 수혜를 받은 사람들 상당수가 '보은 인사' 형태로 대거 배치돼 역대 어느 정부보다 시중은행의 정치색이 짙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역대 정부 중 특히 이명박 정권에서 낙하산 인사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며 "시중은행에서도 사외이사제도를 감시와 견제라는 본연의 취지와 달리 현정권에 대한 로비 창구로 악용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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