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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기 0.4% 성장 쇼크] 재정절벽·단통법에 휘청… 돈 풀고 금리 내려도 약발 안들어

한은 "일시적 요인" 진화 불구 소비침체 지속 전망

미국 금리인상 전에 추가 금리인하 압박 거세질 듯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41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돈을 뿌려도, 금리를 사상 최저로 내려도 소용이 없었다.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로 경제성장세가 가라앉자 정부와 한국은행이 다급히 대책을 내놓았지만 4·4분기 성장률은 0.4%(전기 대비)로 오히려 세월호 때보다 더 낮아졌다. 지난해 4·4분기부터 1%대 성장세에 복귀할 것이라던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머쓱해지게 됐다. 한국은행은 연말 세수펑크에 따른 재정절벽, 단말기유통법 시행 등 일시적 요인 탓이라고 강조했지만 성장세가 급격히 꺾였기 때문에 미국 금리인상 전에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해야 한다는 압박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재정절벽, 단통법의 부정효과 예상은 했지만…=사실 재정절벽과 단통법은 예견된 악재였다. 지난해 10월까지 세수진도율은 82.1%에 그쳐 8조5,000억원의 세수가 펑크 난 지난 2013년 10월(87.3%)보다 5.2%포인트나 낮았다. 이에 올 세수펑크 규모가 10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지난해 10월1일부터 시행된 단통법으로 휴대폰 판매도 급감했다. 수출도 경상수지 집계 기준으로 지난해 11월 4.8%(전년 대비) 줄었다.

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성장률이 0.4%에 머문 것은 충격이라는 반응이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공식 통계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0.5~0.6% 정도를 예상했는데 너무 낮게 나왔다"고 평가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도 "얼어붙은 소비·투자심리가 수치로 확인됐다"며 "향후에도 이런 경향이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진화 나선 한은=한은은 올 성장률 전망치를 3.9%에서 3.4%로 대폭 낮추면서도 통계적 현상에 의한 것이라는 해석을 냈다. 분기별 성장률은 1% 내외로 지난해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했다. 4·4분기 성장률이 급락하면서 올해 경제성장 경로의 출발점이 낮아졌고 이에 따라 전체 경제성장률이 0.5%포인트 낮아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분기별 평균 성장률(전 분기 대비)이 약 0.7%였던 데 반해 올해는 1% 내외로 상승할 것으로 한은은 내다봤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올 전망치 3.4%도 잠재성장률(3%대 중반)과 부합하는 수준"이라며 "현 2.0%인 기준금리가 실물경기의 흐름에 비춰볼 때 (경기회복세를 지원하는 데) 부족하지 않다"고 말했다.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1·4분기 안에 추가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이 총재가 시장의 기대와는 다른 발언을 한 것이다.



◇금리인하 압력 높아질 듯=한은이 4·4분기 성장률 급락이 일시적인 것이고 올해는 유가 하락, 세계 경제의 회복세 등으로 지난해보다 성장률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르다. 김 연구위원은 "재정절벽은 2013년에도 있었던 일"이라며 "단순히 일시적 요인만으로 성장률이 이렇게까지 내려가지는 않는다"고 분석했다. KDI는 올 성장률 전망치를 3.5%로 보고 있는데 하락한 4·4분기 성장률을 단순 계산으로 반영하면 약 0.3%포인트 정도 성장률이 하락하게 된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오는 23일 4·4분기 경제성장률 공식 수치가 나오면서 자연스레 미국 금리인상 전에 금리를 내리자는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실장도 "소비·투자심리가 안 살아나는 것이 4·4분기 성장률 수치로 확인됐다"며 "한은이 성장·물가전망을 대폭 낮춘 것도 일종의 인하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한편 수정 경제전망에서 소비자물가상승률을 2.4%에서 1.9%로 하향 조정했다.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담뱃값 인상에 따른 물가인상분(0.7%포인트)을 반영해도 1%대 물가상승률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한은은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기존 2.5%에서 2.6%로 0.1%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경상수지는 2014년도 실적이 기존 전망(840억달러)을 뛰어넘는 900억달러의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했다. 올해 경상수지도 유가 하락 등에 힘입어 기존 전망(700억달러)보다 오른 940억달러 흑자를 기록, 최대치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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