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주최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의 노동시장 평가와 유연안전성 확보방안' 토론회에서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근로계약을 해지하는 식의 양적 유연화는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초래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임금유연화와 고용안정,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등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네덜란드는 임금상승률을 생산성 증가율 이하로 억제하도록 노사정이 합의하고 근로시간 단축 및 단시간 근로 활성화를 통해 고용창출을 이끌었다. 임금상승억제는 대외경쟁력을 향상 시켜 수출을 증가시켰고 다시 경제성장 및 일자리 확대로 연결됐다. 지난 1982년 체결한 바세나르 협약의 효과다.
우리의 경우 70%에 달하는 기업들이 연공서열식 호봉제 임금체계를 채택하고 있어 노동시장 유연화 없이는 현재의 고용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근로시간은 길면서도 시간당 생산성은 떨어져 임금근로자의 평균 근속기간도 5.6년으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주요국가보다 낮다. 독일은 10.7년, 네덜란드는 9.9년, 영국은 8.2년 등이다. 특히 금 교수는 "현재 한국의 노동시장은 구조개혁 논의를 장시간 끌고 갈 수 있는 여유가 없다"며 "시한 내 괄목할 만한 성과가 없으면 독일의 하르츠 개혁처럼 정부가 주도적으로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4월 노사정위 협상이 결렬된 후 노정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고용노동부에서 지난달 '316개 전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1차 노동시장 개혁안을 내놓았지만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지침 가이드라인은 만들어놓고도 노동계와의 물밑 조율을 하느라 발표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전환배치, 해고요건 명확화 등이 담길 노동시장 2차 개혁안도 8~9월로 예정됐지만 독자 추진이 만만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와 새누리당은 22일 고위 당정청 회의를 갖고 임금피크제,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유연화 방안, 실업 급여 개편 등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에 대해 집중 논의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이달 말께 사회적 대화를 다시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협상 불발 뒤 사의를 표명했던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에 대해서도 사표를 수리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리더십이 필요한 자리인 만큼 정치권에서 새 위원장이 선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노동시장 개혁을 둘러싸고 핵심 쟁점에 대한 노사 자율조정이 힘든 상황이라면 제3의 전문가그룹이 개혁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여러 근로계층 및 중소상공인 등 다양한 범주의 사회 계층들이 노동시장 개혁 논의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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