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25일 미국 뉴욕 알바니의 베스트바이 매장에서는 삼성전자 TV와 스마트폰을 사려는 고객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미국 최대의 소비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저렴한 가격에 정보기술(IT) 제품을 사려는 고객들이 한꺼번에 몰렸기 때문이다. 언뜻 보면 이번 블랙프라이데이의 덕을 가장 많이 본 기업이 삼성전자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더 큰 웃음을 짓고 있는 기업은 따로 있다. 바로 삼성전기가 그 주인공이다. 삼성전자 TV 등에 발광다이오드(LED) 등 IT 관련 부품을 제공하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매출이 늘어날수록 삼성전기의 실적 역시 상승하기 때문이다. 삼성전기는 스마트폰, LCD TV, PC 등에 사용되는 회로기판ㆍ카메라모듈 등을 제조하는 부품업체이다. 전체 매출에서 모바일 부품과 디스플레이 부품이 각각 44%, 36%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삼성전기는 이번 블랙프라이데이를 계기로 이전과는 전혀 다른 평가를 받고 있다. 우선 증권업계의 평가가 눈에 띄게 긍정적으로 변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의 4ㆍ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8,216억원과 694억원으로 시장의 기대치를 크게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며 " 주기판(HDI), 카메라모듈 등 스마트폰 부품과 TV부품의 실적 개선세가 뚜렷이 나타났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소현철 신한증권 연구원 역시 "올 4ㆍ4분기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량이 3ㆍ4분기에 비해 18% 이상 증가한 3,200만대로 예상된다"며 "스마트폰 판매의 증가로 삼성전기의 4ㆍ4분기 영업이익은 당초 전망치인 370억원에서 38% 증가한 510억원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삼성전기의 자체 분석도 밝은 편이다. 회사 측은 "글로벌 IT 업황이 침체된 상황에서 올 3ㆍ4분기에 분기 기준으로 최대 매출(1조9,290억원)을 기록하는 등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며 "이번 4ㆍ4분기에도 영업력을 집중하며 신제품 수주를 확대한 결과가 반영돼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기는 내년 이후에도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MLCC는 10월 삼성전기에서 야심 차게 내놓은 신제품으로 기존 제품에 비해 성능 개선이 두드러진다. 회사 측에 따르면 스마트폰, 태블릿PC, LCD TV 등에 전력을 공급하는 부품인 MLCC는 동일한 크기와 전압에서 기존 제품에 비해 처리용량을 2배 이상 향상됐다. 박원재 대우증권 연구원은 이와 관련, "MLCC는 삼성전기의 '캐시카우'로 평가할 수 있다"며 "MLCC는 그동안 일본 업체들의 독무대였는데 삼성전기의 생산능력 증대로 경쟁력이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기는 MLCC 부문 세계 1위 업체인 일본 무라타사와 비교해 생산능력은 85% 수준에 도달했고 영업이익률도 비슷한 수준에 다다른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소 연구원은 "MLCC 부문은 매출의 60% 이상이 LCD TV 등 디스플레이 사업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에 LCD 업황 회복이 관건"이라며 "내년 1ㆍ4분기 이후 LCD 업황이 회복될 것으로 보여 삼성전기의 MLCC 사업 부문 영업이익률은 두자릿수까지 상승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삼성전기는 내년 상반기께 삼성LED 지분 50%를 매각할 것으로 전망되며 지난달 말께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었다. 하지만 당초 우려와 달리 지분 매각에 따른 가치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평가로 바뀌고 있다. 백종석 현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내년 이후 삼성LED를 흡수ㆍ통합할 가능성이 높아져 삼성전기는 삼성LED 지분을 매각할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LED의 지분가치 감소에 따른 충격은 이미 시장에 반영됐고 향후 매각가격이 높거나 다른 딜이 적용될 경우 오히려 삼성전기에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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