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사태와 중국의 부동산시장 규제에 따른 긴축 우려로 외국인들이 공격적 매수세에서 벗어나 관망세로 돌아섰다. 외국인들은 대형 수출주 중심의 매수에서 벗어나 경기방어주 및 중소형주 등으로 매수세를 최대한 압축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국내외 기업의 실적호조세와 저금리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 등을 바탕으로 외국인들이 다시 주식 매입을 확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인 이틀 연속 순매도=20일 외국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08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이틀 연속 '팔자'에 나섰다. 외국인들이 이틀 연속 순매도세를 나타낸 것은 지난 2월 말 이후 처음이다. 거래 자체를 자제하며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강했다. 지난주만 해도 외국인의 하루 평균 매매량과 금액은 6,000만주와 2조5,00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이번주에는 각각 3,600만주와 1조6,000억원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한편 이날 코스피지수는 외국인의 매도세에도 불구하고 개인이 대거 사자에 나서면서 전일에 비해 12.73포인트(0.75%) 상승한 1,718.03포인트로 마감됐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은 국내 증시가 단기적으로 많이 오른데다 원∙달러 환율마저 급락한 상황에서 골드만삭스 악재가 터지자 관망세로 돌아섰다"며 "하지만 외국인 자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 통화정책에 대한 변화가 아직 감지되지 않아 급격한 매도세로 돌아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방어주 및 중소형주로 매수세 압축=외국인들은 관망세 속에서 최근 급락한 종목은 물론 경기방어주와 중소형주를 주로 사들이는 보수적인 투자패턴을 나타냈다. 관망세속에서의 제한적 교체매매로 풀이된다. 이날 외국인의 순매수 상위종목에는 KT와 KT&Gㆍ한국전력 등 통신과 전기가스 등 전통적인 경기방어종목이 대거 포진했다. 또 올 들어 주가 상승폭이 크지 않았던 현대모비스에 대해서도 공격적인 매수세를 펼쳤다. 반면 삼성전자ㆍLG디스플레이 등 그동안 비중을 크게 늘렸던 종목에 대해서는 매도세를 나타냈다. 외국인들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도를 기록했지만 코스닥시장에서는 211억원의 주식을 순매수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이달 들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최근 10% 가까이 단기 급락했던 하나투어를 비롯해 CJ오쇼핑ㆍ태웅ㆍ네오위즈게임즈 등을 주로 사들였다. 외국인이 대형주 대신 중소형주로 눈길을 돌리면서 코스닥시장은 이날 전일보다 1.55%나 급등해 510.50포인트로 장을 마쳤다. ◇조만간 매수세 확대될 듯=외국인이 관망세로 돌아섰지만 조만간 다시 매수세를 가동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최근 이틀간 외국인이 순매도세를 나타냈지만 규모가 크지 않은데다 매도한 업종이 일부에 국한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 진행되고 있는 1∙4분기 실적개선 추세와 국내외 경기개선 모멘텀 등을 감안하면 이전처럼 강한 규모는 아니더라도 '사자'로 다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박중섭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3월 경기선행지수가 호조를 보인데다 기업들의 실적 역시 나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골드만삭스 사태로 불거진 리스크가 단기간에 그치면서 다시 매수세가 유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국내외 기업의 실적호전에 대한 기대감이 크기 때문에 2∙4분기 실적 전망이 좀 더 가시화되면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재개될 것"이라며 "관망세는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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