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色의 결에 담긴 인생 이야기

노정란 개인전 21일부터 이화갤러리서


밤새 내린 눈을 쓸다 보면 빗자루의 결과 잔설 그리고 그 속에 남아있는 흙과 나뭇잎들이 또 다른 세상을 연출한다. 한겨울 대나무 빗자루로 쌓인 눈을 쓸 듯 캔버스를 색으로 쓸어 내린 색면추상 작품을 해 온 중견작가 노정란이 이화익갤러리에 21일부터 개인전을 연다. 그는 젊은 시절 반추상으로 작품을 시작해 추상으로, 그리고 이제는 색의 결 만으로 인생을 이야기한다. 실제로 작가는 청소용 빗자루를 붓 삼아 수십 수백번 대범하게 덧칠을 한다. 빗자루의 결과 색의 잔상들이 산비탈에 쌓인 잔설과 그 밑에 드러난 세상처럼 자연스럽다. 짙은 분홍색과 붉은색 그리고 황금색과 푸른색 등 아무렇게나 칠한 듯한 색쓸기가 조화를 이루고 힘찬 기운이 느껴진다. 진달래 꽃이 흐드러지게 핀 들판이 보이는가 하면, 고요하고 잔잔해 내면세계로 빠져드는 듯 하다. 오광수 미술평론가는 그의 작품을 '자연과 하나되기'로 해석하며 이렇게 평가했다. "색이 쌓여가면서 만드는 결은 깊은 내면의 울림을 동반해 무위(無爲)의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반복된 행위에서 얻을 수 있는 무위의 즐거움은 자연과 일체되는 경지로써 작가는 자연에 순응한 인간의 감정을 캔버스에 은밀히 드러내고 있다." 전시는 3월 6일까지. (02)730-7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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