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노조는 28일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17 합의서 대상자인 하나금융지주 측과 진정성 있는 대화를 원한다"고 밝혔다. 외환은행 노조는 지난 7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조기통합의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밝힌 후 사측과의 대화를 거부해왔다.
외환은행 노조의 입장 변화는 외환은행 사측이 총회참석 직원에 대한 징계규모를 크게 경감한 데 따른 것이다. 외환은행은 당초 900여명의 관련자를 징계할 방침이었지만 전날 860명에 대한 징계를 철회하고 38명에 대한 징계만 확정했다.
일각에서는 장기 장외투쟁으로 직원들의 피로감이 극대화된 상황에서 노조가 출구전략의 일환으로 대화 제의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사측이 징계를 축소함으로써 노조에 명분을 준 것이다.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측이 직원징계를 최소화하는 등) 최근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김 회장에게 진정성 있는 대화로 현 사태를 원만히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노조의 전격적인 입장 변화는 표류하고 있던 조기통합 논의에 가속도를 붙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2·17 합의서 등 각론에서 양측 간 입장 차이가 여전히 큰 만큼 돌발변수에 따른 논의중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노사정 합의는 지켜져야 한다" "노조는 원칙적으로 조기통합을 반대한다" "(조기합병 승인 신청 관련) 지주의 현명한 결정을 바란다" 등 외견상은 사측과 다른 견해를 내보였다.
한편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그동안 여러 차례 미뤄진 조기통합 관련 이사회를 오는 29일 연다. 이사회 의결 이후 금융당국에 통합 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
노조가 전향적으로 자세를 바꾼 만큼 금융 당국도 승인을 하는 데 부담을 덜게 됐다. 당국은 그동안 노사 합의를 승인의 대전제로 내걸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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