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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명의 예금` 보장 못받을수도

최근 여러 사람의 명의로 은행 등 금융회사에 예금한 사람들이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법원이 다른 사람 명의로 분산한 예금에 대해 `본인 외 인출금지` 등의 특약을 맺은 경우 모두 한 사람의 예금으로 간주해 5,000만원까지만 보장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예금보호를 받기 위해 가족 명의를 이용해 예금을 분산 예치했지만 5,000만원밖에 보장 받을 수 없는 셈이다. 특히 상호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등 2금융권에 돈을 나눠 넣은 예금자의 경우 불안감이 더욱 높다. 저금리 시대를 맞아 은행이자는 몇 푼 되지도 않고 증권투자는 선뜻 내키지 않을 경우 안정적인 이자수입을 기대할 수 있는 2금융권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신협은 내년부터 예금보호대상서 제외=예금보호제도는 금융회사가 파산 등의 이유로 예금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 정부가 예금자보호법을 통해 예금을 보호하는 것. 원금과 이자를 합쳐 최고 5,000만원까지 보호되며 1인당 한도는 금융기관 별로 적용된다. 예금 전액을 보호하지 않는 것은 부실 금융기관을 선택한 예금자도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재 은행, 증권회사, 보험회사, 종합금융회사, 상호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등 6개 금융기관의 예금이 보험 대상에 들어간다. 하지만 신용협동조합은 내년부터 예금보호 대상에 제외되며 자체 기금을 조성, 예금을 보장할 예정이다. 단위 수협의 경우 올해 1월1일부터 이미 빠졌다. 상호부조 성격을 가진 조합은 법에 의해 운영되는 공적 보험에서 제외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실적배당 상품이나 외화예금도 보호 받지 못해=예금보험공사는 예금보험 가입금융기관이 취급하는 `예금`만을 보호한다. 따라서 주식형펀드 등 투자상품은 보호대상에서 제외된다. 은행상품 가운데 보호대상은 예금, 적금, 부금, 표지어음, 원금보전형신탁 등이다. 반면 외화예금, 양도성예금증서(CD), 근로자우대신탁, 특전금전신탁 등 실적배당 신탁상품은 보호대상에 들어가지 않는다. 개인 및 법인의 보험계약 가운데 퇴직보험계약은 보호되나 다른 보험계약, 보증보험계약 등은 보호대상이 아니다. 증권회사의 위탁자예수금 등 고객이 유가증권 매매 또는 다른 거래를 위해 맡긴 현금은 보호되는 반면 수익증권 등 유가증권, 청약자예수금 등은 보호 받지 못한다. 종합금융회사 상품으로는 발행어음, 표지어음, 어음관리계좌(CMA) 등이 예금보호대상이며 상호저축은행의 예금, 적금, 부금도 포함된다. 예금보험에 가입한 금융회사가 ▲예금 지급정지 된 경우 ▲영업 인ㆍ허가가 취소됐거나 해산ㆍ파산한 경우 ▲계약이전 결과 다른 금융기관에 예금이 승계되지 않은 경우 예금자 보호법에 따른 보호대상 예금이 된다. 예금보험사고가 발생하면 예금지급절차는 신문에 공고되고 예금자는 그 절차에 따라 예금을 지급 받으면 된다. ◇분산 예치해도 전액 보장 받지 못할 수 있어=1인당 예금보호 한도를 정하다 보니 5,000만원씩을 다른 사람 이름으로 분산예치 한 경우가 문제가 되고 있다. 본인을 포함해 모두 4명의 명의로 2억원을 분산시켜 놓았더라도 실제 예금주가 같은 사람이라는 게 밝혀지면 5,000만원만 보호하겠다는 게 법원의 판결 취지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1년 8월 영업정지 된 미래금고의 경우 5,000만원 부분 예금보장 방침이 결정된 후 차명계좌를 두고 문제가 된 첫 케이스였다. 가족 5명 앞으로 2억5,000만원을 분산시켜둔 K씨는 예보를 상대로 전액지급을 요구했지만 2심까지 기각된 후 상고를 포기했다. 가족 명의로 정기예금을 분산예치 했지만 `소유고객 K씨만 인출가능` 등의 약정을 맺어 실질적인 예금주는 K씨로 판명됐기 때문이다. 그 예금 명의자의 진정한 예금이라는 사실을 전제로 5,000만원씩 보호하고 가족합산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지 명의만 빌려 분산하는 경우는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난 3월 영업정지된 김천상호저축은행의 경우에도 통장 명의와 실제 예금주가 다른 경우 거래내용을 파악해 예금보험금 지급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김천상호저축은행의 경우 가족 등 다른 사람 명의를 빌려 분산예치 한 예금액이 약 80억원 정도로 전체 예금액 775억원의 10%를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가 됐던 부분은 김천저축은행이 예금유치 과정에서 예금 고객들에게 자체적으로 만든 별도 약정을 맺도록 요구했던 것. 차명계좌를 이용한 거액 예금자들 상당수가 `A씨 외 인출금지`, `만기 때 A씨 통장으로 입금` 등의 약정을 맺었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금융권이 가지고 있는 통일된 양식에 따라 예금을 넣고 개별 금융기관이 제시하는 특정한 자기보호조치를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예금보호를 받는 데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 문답풀이 법원 판결로 가족 명의로 예금을 분산해도 실질적 소유자가 한 사람이라면 예금 전액을 보장 받지 못한다. 여러 사람의 명의로 예금을 분산 예치했더라도 보호받지 못하는 사례를 살펴본다. ◇특정약정 체결=대구에 사는 K씨는 지난 98년 K신용협동조합에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증과 인감을 이용해 본인의 예금을 분산예치 했지만 불과 5,000만원만을 보호 받았다. 금융회사와 K씨는 `K씨에게만 예금반환채권을 귀속시킨다`는 약정을 맺었기 때문이다. K씨는 금융회사 직원의 권유로 타인명의를 빌렸다고 주장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부산에 사는 또 다른 K씨는 분산예치한 거래신청서 인감란에 자신의 도장을 찍었다.또 고객정보란에는 명의가 다른 예금자가 아니라 K씨의 주소와 전화번호가 기재돼 있었다. 메모사항ㆍ수정란에는 `소유고객 K씨에게만 연락`이라고 명기됐다. K씨는 “당시 재정경제원, 법무부 등이 가족명의로 예금을 분산시키는 게 적법하다고 해석을 내렸고 거래하는 M금고도 같은 내용을 홍보했다”고 주장했지만 기각됐다. 그 예금명의자의 진정한 예금임을 전제로 보호한다는 것이지 명의만 빌려 분산시킨 경우까지 포함시켜주는 것은 아니라는 게 법원의 설명이다. ◇똑 같은 인감도장 사용=여러 사람의 명의로 분산 예금한 후 매달 이자만 한 통장으로 자동이체 받는 고객들이 많다. 이런 경우 원금을 전액보장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경우에 따라 다르다. 명의를 빌려준 사람(A)이 실소유자(B)에게 이자만 지급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다른 것에 이상이 없을 경우 이 통장은 A 소유로 인정된다. 하지만 만약 꼬박꼬박 입금을 하고 통장을 사실상 관리하고 있는 주체가 B라면 이 통장은 B 소유다. 분산된 예금이라도 인감도장, 비밀번호, 주소, 전화번호가 모두 한 사람이면 어떻게 될까. 이런 것은 명의를 빌려준 사람(A)과 실소유자(B) 간에 다툼이 생길 경우만 문제가 된다. 하지만 여러 가지 판단요인 중 하나로 작용할 뿐 A것이다, B것이다를 정하는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다. <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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