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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日 바둑영웅전] 우승 기보를 소지로

제12보(168~199)


좌변에 여태까지 남아있던 큰 패를 창하오가 이겨 버렸고 그것으로 승부는 확정되었다. 실전은 3백15수까지 진행되어 흑의 3점승이라는 결과가 나왔지만 종반의 수순은 무의미하므로 생략한다. 창하오는 무려 6회의 준우승 기록을 이것으로 마감했다. 그는 40만 달러와 함께 대형 잉창치컵을 안았다. 그의 부인 장쉔8단은 시상식이 진행되는 동안 울다가 웃기를 되풀이했다. 창하오는 웃고 있었다. “스승의 오래된 한을 풀었습니다. 동시에 중국의 숙원을 풀어서 너무도 기쁩니다. 그 동안 우승을 못해서 심적으로 부담이 컸던 게 사실입니다. 이제부터는 홀가분하게 대국에 임할 수 있을 겁니다. 상대가 이창호였으면 더욱 흥분이 될 텐데요. 허허허.” 창하오의 인사말이 끝나자 잉창치재단의 이사장 잉밍하오가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최철한은 이창호를 국수전에서 3대0으로 꺾은 강자다. 그런 강자에게 이긴 창하오는 위대하다. 16년 동안 가슴에 품었던 소원을 이번에 창하오가 풀어 주었다. 나는 부친의 영전에 이번 창하오의 우승 기보를 소지로 불살라 바치겠다.” 중국기원은 축제 일색이었다. 창하오의 실제 수령액은 11만2천 달러라고 했다. 나머지는 세금과 부담금으로 모조리 상납된다고 했다. 그러나 창하오는 조금도 서운해 하지 않았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의 우승 소식을 전해 듣는 순간 필자의 가슴에 진한 감동이 왔다. 그래, 창하오. 장하다. 참으로 장한 인간승리였다. 패배의 달인이 마침내 세계를 제패했구나. (94…73의 왼쪽) 199수 이하줄임 흑3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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